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5월 10일 취임일부터 용산의 새 집무실에서 일하고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불통’의 청와대를 벗어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를 밝혔다는 점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만 독점’하는 ‘제왕적 대통령’ 탈피 의지를 밝힌 진정성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윤 당선인이 “용산 대통령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한 약속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적잖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소통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의사 결정 과정은 불통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마치 답을 정해놓은 것처럼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되고 서둘러 밀어붙이는 것으로 비쳤다. 윤 당선인은 대변인을 통해 “봄꽃 지기 전”이라고 시기를 못 박고 현장 점검을 거친 뒤 곧바로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발표했다.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은 생략됐다. 역대 정권이 ‘비판 여론에 밀리면 안 된다’면서 강행하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둘째, 최우선 국정 과제는 경제·안보 복합 위기 대응과 코로나19 관련 민생 대책인데도 용산 이전이 초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은 부적절했다. 셋째, ‘광화문 집무실’ 공약 불이행의 이유로 경호 문제와 시민의 불편 등을 거론했는데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
청와대 집무실은 7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용산 시대’가 열리게 됐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공간 이전이 아니라 소통 의지와 실천이다. 용산이 또 다른 ‘구중심처’가 되지 않게 하려면 윤 당선인이 늘 국민과 언론, 국회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대통령실 참모 외에 내각 장차관들과도 수시로 만나고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혐오 시설’로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안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취임일에 맞춰 용산에서 근무하겠다는 목표에 집착해 서두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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