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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사랑 전하는 매력, 이모티콘 만든 이유죠"

81세 최고령 이모티콘 작가 장은주 원로 만화가

61년 데뷔 이후 수천 권 선보여

'작지만 확실한 메시지'에 매료

지난해 이모티콘 작가로 변신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 증명하고파

아끼며 행복 비는 사회 됐으면

장은주 작가. 사진 제공=장은주




하트를 안고 환하게 웃으며 ‘사랑해’ ‘완전 좋아’ 같은 말을 연발하는 이모티콘 속 소녀. 여성들이 어릴 적 즐겨 읽었을 순정 만화의 주인공을 닮았다. 젊은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것이니 당연히 만든 이도 청년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착각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여든을 넘어선 원로 만화가 장은주(81·사진) 작가다.

장 작가는 어릴 적 대본소의 단골손님으로 꼽히던 만화광이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했을 때 집안에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하던 중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결심, 만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혼자 만화를 그려 직접 출판사를 찾아갈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그 결과 나온 데뷔작이 지난 1961년 순정 만화 ‘장미의 눈물’, 이후 1990년 중반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천사의 도시’ ‘별에서 온 소녀와 3월3일생’ ‘마녀의 샘물’ 등 수백 종, 권수로는 수천 권에 달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장은주 작가가 지난달 선보인 이모티콘 '귀여운 소녀 리라는 상냥해'. 사진 제공=장은주


한동안 뜸했던 그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해 ‘사랑스런 행복소녀 미래는 다정해요’ 등 이모티콘 3개를 발표하면서부터. 지난달에는 ‘귀여운 소녀 리라는 상냥해’도 내놓았다. 덕분에 국내 최고령 이모티콘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장 작가가 이모티콘을 내놓은 것은 단순 명료함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20일 서울경제와 e메일 인터뷰를 가진 그는 “처음에는 기존의 것들을 즐겨 사용했지만 점점 이모티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작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게다가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해 나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도전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의욕이 있고 그 일을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그의 철학이다.

장은주 작가의 이모티콘 데뷔작 '사랑스런 행복소녀 미래는 다정해요'




장 작가는 이모티콘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따뜻한 배려와 사랑, 그리고 관심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아끼고 행복을 빌어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희망이 담겨 있다. ‘보고 싶어요’ ‘행복해요’ ‘감사해요’같이 정감 넘치는 말들이 그가 선보인 이모티콘마다 가득한 이유다. 장 작가는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말 한마디라도 다정하게 하고,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삶을 꾸려 나갔으면 좋겠다”며 “누구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다가오면 즐겁고 행복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만화가 무엇인지 물었다. ‘개념을 담아내는 그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누군가 말하더군요.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만으로 담아낼 수 있는 개념적 드로잉의 세계는 그 폭과 깊이가 무궁무진하다. 회화와 문학, 영화와 건축을 능가하는 놀라운 자유로움으로 충만하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장은주 작가. 사진 제공=장은주


기존 종이 만화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장 작가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금 대세를 이루고 있는 웹툰은 빠르고 간단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삭막하고 메마른 감정이라는 단점도 동시에 존재한다. 반면 종이책은 느긋한 마음으로 편하게 천천히 볼 수 있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웹툰과 종이 만화책의 공존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장 작가는 “웹툰이 운반도, 보관도 편리하지만 따뜻한 종이책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며 “디지털 만화를 종이책으로 만드는 것은 둘의 장점을 합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젊었을 때부터 몸이 약해 지금도 자주 쉬면서 체력 단련에 힘쓰고 있다는 장 작가에게 이모티콘은 독자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통로다. 그는 “누군지도 모르는 분들이 제가 만든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데 감사한다”며 “만날 수는 없어도 좋은 작품으로 계속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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