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계에서는 천체 관측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우주항공업계에서는 우주정거장과의 충돌 위험으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 서비스가 그 쓸모를 재평가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 상당수 지역의 통신 인프라를 파괴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쟁 상황을 파악하거나 서로 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최후의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쟁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전파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영상들도 스타링크가 없었다면 업로드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20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5000여개에 달하는 스타링크 안테나와 셋톱박스(단말기)가 운영되고 있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의 민간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엑스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WP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훌륭합니다"라며 "수천 개의 터미널을 사용 중이며 이틀에 한 번꼴로 새로운 터미널을 배송받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를 통해 스타링크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배송받는 방식으로 격일마다 새롭게 장비를 제공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페도로프 장관은 통신이 끊어진 지역에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스페이스엑스 측은 공식 언급을 거부했습니다.
스타링크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건 분명해 보입니다. WP 측은 “전쟁 중에 시민들과 정부가 연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용되는 건 비교적 새로운 시험인 동시에 전쟁의 미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넷이 대화 상태를 유지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임은 당연하고 심지어 무기를 작동시키는 데도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 CEO 평가에도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트위터를 통해 결투를 신청해 화제가 됐지만 그간 트위터를 통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을 위한 인공호흡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과 2018년 태국의 한 동굴에 어린이 축구팀이 갇힌 것과 관련해 에어튜브를 써보겠다고 아이디어를 낸 계획은 ‘실언'으로 끝났죠.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 서비스가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은 지역임에도 지난 달 26일 페도로프 장관이 머스크 CEO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요청이 있고 나서 첫 장비를 이틀 후인 28일에 보내고 두 번째 장비는 이달 10일에 도착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유럽의 테슬라 직원들이 우크라이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완성하고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격일마다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개발자 올레그 쿠토코브는 트위터를 통해 “내가 있는 키이우에서는 기존 인터넷도 작동을 하고 있지만 스타링크 안테나를 잡아 인터넷을 써보니 속도가 훨씬 빨랐다”고 평가했습니다.
비영리 단체인 시큐어 월드 파운데이션의 브라이언 위든 총괄은 “잠재적으로 유용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점도 많다"며 아직 잠재적인 공격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군에서 스타링크 터미널이 있는 지역을 표적으로 노려 군사행동을 개시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페도로프 장관은 “아직까지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 CEO도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터미널을 켜고 민간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곳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스타링크 위성은 2019년 5월 이후 지금까지 2000여개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습니다. 올해 3월 현재 28개국에서 공개 시범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지궤도위성은 고도 3만6000킬로미터(km)에 위치하지만 스타링크의 위성은 2000여개가 약 550km 상공의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어 군집위성이라고도 합니다. 인터넷 연결 범위를 벗어나면 다가오는 위성에게 신호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연결을 유지합니다. 천문학계에서는 기존에 지구 저궤도 군집 위성들이 천체 관측을 방해한다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해에는 7월과 10월에 스타링크 위성이 중국 우주정거장과 두 차례 충돌할 뻔 했다고 중국 정부에서 국제연합(UN)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평가와 다르게 스타링크의 쓸모를 입증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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