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매스컴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다. 아이러니하게 그런 주제들이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음에도 우리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문제는 삶을 영위하는 우리 모두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개인의 삶에 대한 설계’, 다시 말해 ‘생애설계(라이프 디자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년에게 필수 고려사항이 된다.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에서는 ‘노후준비지원법’을 제정해 복지차원의 생애설계를 강조했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에서도 생애경력설계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 및 보급했으며, 2016년 10월에는 ‘장년 고용대책’으로 40대, 50대, 그리고 퇴직 전에 각각 생애경력설계 교육을 하도록 관련기관 및 기업에 권고했다. 최근에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고령자고용법)의 개정 등을 통해 퇴직하는 장년의 ‘재취업지원의무화’와 관련된 생애설계도 강조하고 있다.
◇ 우리가 몰랐던 삶의 변화
물질적, 기술적 그리고 사회구조적인 발전 속도에 비해 습관화된 우리 개개인의 삶의 변화는 다소 그 속도가 느리다. 대부분의 장년 세대는 자신들의 부모세대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유년기부터 삶의 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받는다. 청년기에 이르러서는 직업 세계에 들어가 ‘일’을 하다가 장년기에 즈음해 은퇴하고 인생 후반부의 ‘여가’를 즐기다가 삶을 마감하는 일명, 3단계 삶을 자신이 나아갈 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뿔싸, 이건 뭐야!’라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많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의료기술의 발달과 섭생 개선 등으로 인해 수명이 점차 연장되면서 앞의 ‘3단계 구조’가 ‘다단계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부지불식간에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장년은 인생 1막 이후에도 그와 비슷한 길이의 인생 2막을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니까 기존의 ‘교육?일?여가’순이었던 3단계 삶에서 ‘교육? 일·일·일?여가’라는 다단계 삶(최근에는 ‘n모작’이라고 불리기도 함)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전에는 교육, 일, 여가 등이 별도로 구분돼 있던 상황이 이제 통합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필수적으로 ‘삶의 (재)설계’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생애설계’다. 또한, 이전과 달리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할 수 있어 필수적으로 전제되는 것이 여러 차례에 걸친 ‘전환교육’이며, 우리가 자주 접하는 ‘평생교육’을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필자가 여러 생애설계 기관과 전문회사가 사용하는 생애설계에 대한 정의를 발췌해 그 공통점을 통합해본 결과 생애설계는 ‘개인의 인생에 있어 가치를 기초로 한 삶의 목표실현을 위한 체계적인 활동계획 수립 및 실행, 그리고 피드백’으로 요약된다.
각 기관 및 전문회사는 그 존재 성격이나 수행하는 업무에 따라 생애설계 영역을 몇 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일, 재무, 건강, 사회적 관계, 여가, 가족, 사회공헌 및 봉사, 자기개발, 커뮤니티, 주거 등을 포함한다. 이는 우리 삶을 살아가면서 가늠해보아야 하는 주요한 부분이다. 일례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경우에는 일, 재무, 건강, 여가, 사회적 관계, 가족, 그리고 사회공헌 및 봉사를 포함하는 7개 영역을 규정하고 있다. 그 영역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과거를 살펴보고, 미래를 희망하며, 현재를 살아가자는 개념이다.
그 생애설계의 방법론은 크게 6단계로 규정할 수 있다. 1단계는 가치 파악이다. 각 개인은 대부분 유년 시절 부모님과 선생님 등으로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형성했다. 자신의 가치에 따라 적합한 행위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인생 후반부 즈음에는 자신의 가치를 다시 파악해보아야 한다. 자신의 언어, 행동, 그리고 삶의 하나하나가 그런 가치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치는 자신의 삶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진정한 삶은 그런 가치에 기반을 두고 설계돼야 한다. 진정한 자신의 가치는 어떤 것인가.
다음으로 2단계는 현 상황과 희망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각 영역 중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영역 몇 개를 선택한 후 각 영역에서 자신의 현 상황과 희망하는 상황을 비교해본다. 그리고 희망하는 상황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노력 그리고 금전 투자를 함께 고려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각 영역이 균형을 이뤄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는지 가늠해본다.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하여 현 상황과 희망상황 사이의 차이를 발견해낸다. 자신의 영역별 상황과 차이는 어떠한가.
3단계는 목표 설정이다. 지금까지의 3단계 비교를 통해 각 영역에서 확인된 차이에 기반을 두어 조정이 필요한 사항이 바로 목표가 된다. 즉 차이를 줄이거나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일과 관련된 영역이라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간단한 질문을 자신에게 해볼 수 있다.
# 일과 관련된 현 상황은?
# 희망하는 상황은?
# 차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영역별 목표는 어떤 것들인가?
4단계는 실행계획 수립이다. 위 3단계에서 도출된 사항을 기초로 해 각 영역의 목표를 달성할 실행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자신의 현 상황과 희망상황의 차이를 해결하는 계획이다. 핵심적이거나 우선순위가 높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에 대해서는 실행계획을 세우고, 개략적 일정도 포함되도록 한다. 이때 목표는 장기목표, 중기목표 그리고 단기목표로 나눠 계획을 수립하면 실행이 용이하다. 자신의 실행계획은 장기, 중기, 단기로 나뉘어져있는가.
5단계는 평가 및 피드백이다. 설계라는 말 속에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실행 중에도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하다는 개념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계획을 수시로 평가하고 피드백 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희망상황과 실행이후의 결과를 비교하는 개념으로 보면 좋다. 그를 통해서 좋은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실행결과를 평가하고 피드백 하는가.
마지막으로 6단계는 습관화다. 목표달성도 중요하지만, 실행하는 의지와 태도를 습관화해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보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행이 습관화되지 않으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고 피드백 하는 습관을 만들어볼 준비가 되었는가.
이 글을 통해서 장년에게 초고속화되는 시대의 삶의 변화에 따른 생애설계 방법론을 설명해보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받아들이자”라고 말하고 싶다.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 되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희망하던 목적지에 도착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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