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트리엇 미사일 요격기 여러 대를 이전했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번 무기 지원으로 바이든 정부가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사우디 측의 긴급 요청에 따른 것이다. 사우디는 지난 2015년부터 교전 중인 예멘 후티반군의 ‘게릴라식 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이날도 후티반군은 무인기(드론) 9기와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유류 분배 시설 등을 타격했다. 통신은 “사우디는 지난해 말부터 (후티반군의 기습을) 방어할 목적으로 미국에 패트리엇 미사일 요격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원이 미국의 대(對)사우디 외교 전략을 수정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왕가를 비판해온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을 사주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예멘 내전 문제에서 발을 빼자 빈 살만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도 거절할 정도로 양국 간에 골이 깊어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우디 정부가 원유를 달러가 아닌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은 자국 내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유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국제 유가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원유 생산을 크게 늘리기를 바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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