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회원국 인도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인도는 쿼드에 참여함으로써 ‘반(反) 중국’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나가고 있지만, 러시아와 얽혀 있는 경제·안보 관계 탓에 서방의 러시아 제재 동참은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다른 쿼드 가입국인 일본과 호주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청산하라’며 인도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현지 시간) 이 같은 딜레마가 발생하게 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인도의 높은 러시아산(産) 무기 의존도를 들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 사이 인도가 수입한 무기 가운데 46%가 러시아산이었다. 프랑스(27%)와 기타(15%)가 뒤를 이었고, 미국은 12%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인도는 무기 수입원 다양화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려왔지만 여전히 러시아 무기 산업의 최대 고객”이라고 짚었다.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인도 군 당국은 러시아산 전투기와 함대를 모두 인도 무기로 교체할 경우 최대 180억달러(약 22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군 관계자는 “러시아 무기가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문제도 있다. 국경을 맞댄 중국과 파키스탄은 인도 입장에서는 큰 군사적 위협이다. 인도가 의존도를 낮추자고 당장 자국 무기 확보에 지장을 받는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인도와 과거 세 차례 전쟁을 치른 파키스탄은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러시아산 무기를 거의 구매하지 않고도 세계 8위 무기 보유국으로 성장했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소속 리처드 로소 연구원은 “인도는 (러시아와 단교할 경우) 러시아 무기의 이점이 파키스탄에게 대신 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적인 제약’이 일본, 호주 등 다른 쿼드 회원국을 비롯해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려는 국제사회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도·파키스탄·남아 외교 관계 협의회 소속 만자리 밀러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반하는 사태"라며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멀리 떨어진 유럽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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