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씨가 자신들이 만든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노동자상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주장을 퍼뜨린 인터넷 매체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2단독 황순교 부장판사는 김씨 부부가 모 인터넷매체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각각 700만 원, 500만 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부부는 피고들이 일본인을 모델로 노동자상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인터넷 사이트 또는 페이스북에 올리거나, 집회 등에서 말하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두 사람을 상대로 각 6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씨 부부는 지난 2016년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를 기리는 노동자상을 제작해 일본 교토의 한 갱도 부근에 설치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서울·제주·부산·대전 등에 차례로 설치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의 게시글 등으로 원고들의 명예가 상당히 훼손된 것으로 보이고 위법 행위가 반복·지속해서 이뤄졌으며 앞으로 이 같은 행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김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 부부가 노동자상 제작자인 사실을 몰랐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선 "김씨 부부가 노동자상 제작 조각가라는 사실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널리 퍼져, 간단히 정보 검색만 해보더라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징용자상은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취지의 피고들 발언과 게시글이 단정적으로 표현됐고, 김씨 부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동자상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주장의 허위 여부에 대해선 "교과서 등에 실린 일본인 노동자와 노동자상은 야윈 체형과 상의 탈의 및 짧은 하의 옷차림 외에는 별다른 유사점을 찾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이런 유사점은 '강제로 동원돼 탄광 속에서 거칠고 힘든 삶을 살던 노동자'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형상"이라며 "노동자상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피고들 주장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김씨 부부가 '반일종족주의' 공동 저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상대로 낸 동일한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씩 지급하라"며 이들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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