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와 10대 청소년이라는 자극적인 조합이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대마는 단지 수단일 뿐,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공감을 꾀하겠다는 포부다. '소년비행'이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오후 seezn 새 드라마 '소년비행'(극본 정수윤/연출 조용익)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조용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원지안, 윤찬영, 윤현수, 한세진, 양서현이 참석했다.
'소년비행'은 부모에게 마약 운반 수단으로 이용당하던 18세 소녀 경다정(원지안)이 쫓기듯 내려간 시골에서 현생이 벅찬 촌놈 공윤탁(윤찬영)과 그 친구들을 만나 대마밭을 발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평범하지 않은 환경 탓에 제 나이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잃어버렸던 평범한 18살을 필사적으로 찾아 나서는 모습을 그린다.
조 감독은 연출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정 작가가 쓴 시나리오가 흥미로웠다. 인물마다 갖고 있는 상황과 이야기들이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 매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들을 한 명씩 캐스팅하고, 만날 때마다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물들이 숨 가쁘게 달려가는 모습과 소년의 나이대가 갖고 있는 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 연출의 중점을 뒀다"며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대마라는 독특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인물이 처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대마가 표현되는 장면이 있을 때는 고민을 많이 하면서 그 상황에 맞게 가려고 했다"며 "너무 보여주기 식의 과함은 피하고자 했다. 인물들이 공간 안에 들어가야 되고 이뤄야 되는 것에 집중했다"고 알렸다.
조 감독은 사회적인 부분을 다루는 만큼 사전 준비도 철저히 했다고. 그는 "기획 단계부터 작가님과 기획 PD들과 고민을 많이 했다. 최대한 우리가 모르는, 그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찾고 싶었다"며 "촬영하는 와중에도 대마 관련된 기사가 뜨면 찾아봤을 정도다. 실제로 집안에서 대마를 키운다는 기사도 있었는데, '접하기 어렵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배우들은 캐릭터의 다양성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원지안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다음 화가 계속 궁금해서 쭉 읽게 되더라. 각각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한 데 모여서 점점 성장해 가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그 시기에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감독님을 만나 뵙게 되면서 이 작품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회상했다.
윤찬영은 "대본의 느낌이 좋았다. 대마라는 강력하고 쉽게 접하지 못할 소재에 고등학생들이 이 난관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가 포인트였다"고 했다. 윤현수는 "'소년비행'이라는 이름을 듣고 느낌이 딱 왔다. 대마가 나오는데, 10대가 나오는 게 신기하고 흥미로웠다"고 작품에 임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한세진은 "보통 한 인물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되고 비슷한 부분을 찾아서 그 인물의 시점으로 보게 되는데, '소년비행'은 보면 볼수록 다른 인물의 시점도 보이더라. 캐릭터의 다양성과 거기서 오는 여러 부분이 공감됐다"며 "대마라는 소재가 신선하기도 했고, 인물들의 갈망과 갈등이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하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양서현은 "대본을 봤을 때 애란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안쓰럽기도 하고 위로하고 싶고 응원하고 싶었다"며 "어느 순간 오디션을 앞둔 배우가 캐릭터를 보는 게 아니라, 애란이가 사람 같다는 마음이 갈 정도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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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안은 마약 운반수단으로 자란 경다정 역을 맡았다. 그는 "대마는 불법인데, 이 안에서 경다정이 대마를 대하는 태도는 '취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 친구에게는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마라는 소재보다는 이 친구의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원지안은 '디피(DP)'에서 호평받은 후 '소년비행'을 통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됐다. 그는 "'디피' 이후 차기작이라는 부담보다 주연의 부담이 크더라. 들어가기 전부터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며 "내가 주연을 처음 맡아서 어떤 걸 겪게 될지 궁금했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도 많아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난 데 없이 단정한 삶을 살다가 경다정을 만나 꼬여버린 공윤탁을 연기한 윤찬영은 "윤탁이의 첫인상은 우직하고 대나무 같았는데, 접할수록 흥미롭더라. 한 가지 모습이 중점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이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윤찬영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어 또 다시 학생 역을 맡게 됐다. 그는 "매 작품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서 비워내는 과정도 중요한데, 이제는 '소년비행'의 옷을 입었으니 자연스럽게 넘어올 수 있었다"며 "장르도 다르고 캐릭터가 나아가고자 하는 목적이 다른 게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암군 외모 원탑이자 사고를 일삼는 양아치 소년 공윤재로 분한 윤현수는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간 작품이다. 리딩도 많이 하고 얘기도 나누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실질적으로는 감독님께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세진은 이리저리 안 끼는 곳이 없는 마당발 김국희를 연기한다. 그는 "김국희는 공감되는 게 많은 캐릭터다. 밝은 모습 뒤에 고민이 있는데 감추고 밝음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우리 모두에게 있는 모습이지 않냐"며 "나도 대외적으로 잘 지내는 걸 보여주려고 더 밝은 척을 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많이 알고 공감하고 많은 걸 해주려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양서현은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홍애란 역을 맡았다. 그는 "애란이가 유난히 강한 인물로 나온다. 애란이를 강하게 만든 상황들이 있는데, 엄마를 지키려고 했던 모습에서 나온 행동"이라며 "사실 애란이는 이 지역에서 살면서 계속 그런 시선을 받고 힘든 게 있을 거다. 그러면 무게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모녀가 더 힘든 과정 속에서 끈끈히 꿋꿋이 살아왔던 걸 고민했다. 굳센 애란의 모습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다정과 공윤탁의 작은 로맨스도 예고했다. 원지안은 "사실 로맨스는 아닌 것 같고 진한 우정같다"고 했고, 윤찬영은 "경다정의 입장에선 친구일지도 모르지만, 공윤탁이라면 또 모른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조 감독은 "경다정은 생존을 위해, 공윤탁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달려가는데, 두 사람이 제일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며 "공윤탁이 경다정을 보는 시선 등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소년비행'은 25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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