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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찝찝하고 불편한 '돼지의 왕', 반전 없는 현실 때문이겠죠

[리뷰]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 디스토피아 세계관 대표작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담아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로 리메이크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 사진=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한 장면




기발한 소재와 완성도 높은 스토리의 웹툰이 늘어나면서 드라마나 영화로 실사화하는 작업도 흔해졌다. 공개 전부터 관심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에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그런 이유다. ‘부산행’, ‘지옥’ 등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그려가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11년 만에 리메이크된다는 것만으로 드라마는 주목받기 시작했고, 원작 애니메이션까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공개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큰 충격을 안겼던 ‘돼지의 왕’은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오정세)이 중학교 동창인 종석(양익준)을 찾아,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김혜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흘러간다.

두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15년 전 중학생 시절은 철저한 계급 사회다. 동급생이라는 말은 허울뿐이고 권력을 가진 이들은 주인에게 사랑받는 개, 폭력과 권력에 순응하고 먹이가 될 날을 기다리는 약자들은 돼지다. 때로는 그런 계급을 타파하려는 전학생 같은 이도 있지만, 그 또한 결국 개들에게 굴복하고 그들의 편에 서게 된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살아남으려면 약육강식의 생존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방증이다.



돼지들은 서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들도 차츰 변한다. 철이는 “힘을 가지려면 악해져야 된다”며 자신보다 약한 고양이를 향해 난도질을 한다. 섬찟했던 종석도 자신이 개들에게 고통받았던 시간을 떠올리며 함께 고양이에게 칼을 휘두른다. 열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그렇게 철이는 돼지의 왕이 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개들에게 대항하는 그는 돼지들의 희망이다.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제대로 된 충격을 주기 위해 공개 자살을 하겠다는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뀔 것만 같다. 경민과 종석은 자신들에게 없는 용기를 갖고 있는 철이를 우상처럼 생각하게 되지만, 변심한 철이를 보고 그도 결국 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낀다.



작품은 오랜 시간이 흘러 종석을 찾은 경민의 모습을 통해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매섭게 보여준다. 어른이 된 이들은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괴로움을 벗어날 수 없다. 어린 시절 자리 잡은 열등의식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 앞에서 계속 튀어나온다. 아내를 살해한 경민, 의처증으로 동거녀를 폭행하는 종석의 모습이 그렇다.

한없이 어둡고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 잔혹 스릴러’라는 문구처럼 자극적이다. 주제만큼이나 잔인한 묘사도 많아 보는 내내 섬뜩하다. 결코 나아지는 부분 없이 강자와 약자로 나뉜 현실이 반복되는 것은 거북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공감하면 할수록 현실이라는 게 피부로 와닿아 불편해진다.



투박한 그림체는 거친 스토리를 극대화한다. 총 제작비 1억 5,000만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돼지의 왕’은 3D 기술로 만들어진 2D 그림체가 특징이다. 고도화된 기술로 실사 같은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고 있는 요즘에 비해 평면적이지만 2D만의 매력이 작품과 잘 어우러진다.

‘돼지의 왕’이 더 실감 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건 더빙 연기를 한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전문 성우로 채우기보다 배우들이 직접 나서 감정 연기가 살아나고 현실적이다. 대중에게 목소리가 익숙한 배우 오정세, 양익준이 각각 어른 경민과 종석 역을 맡았고, 배우 박희본과 김꽃비가 어린 시절의 경민과 종석을 연기했다. 연상호 감독도 곳곳에 목소리 연기에 참여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 사진=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캡처


리메이크 드라마 ‘돼지의 왕’은 원작과 상당 부분 달라졌지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건 그대로이다. 잔인한 묘사와 수위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어린 시절 학교 폭력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큰 틀에는 변함없고, 인물들의 직업 설정과 스토리텔링이 복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달라져 드라마만의 재미도 분명하다. 여기에 경민 역의 배우 김동욱의 소름 끼치는 연기가 더해져 몰입감이 넘친다. 애니메이션 한 편을 12부작으로 늘인 것이라 좀 더 지켜볼 만하다.

◆ 시식평 - 영화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비추천



+요약

제목 : 돼지의 왕

장르 : 스릴러, 드라마, 공포

연출 : 연상호

볼 수 있는 곳 : 티빙

러닝타임 : 96분

상영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공개 : 2011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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