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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회부터 ‘다당제’ 한다지만…복수공천시 제3당 당선 여전히 어려워

민주당·정의당 “6·1 지선부터 정치개혁” 연일 주장

기초의원 선거구 ‘최소2인’→‘3~5인’…쪼개기 방지도

국민의힘 “원대 합의 사항 아냐”…법안 상정에 난색

복수공천 여전히 가능…개정해도 다당제 어려워

4~5인 선거구 적용해도 제3당 추가 당선자 없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이은주(왼쪽부터) 정의당 의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연일 ‘정치개혁’을 내걸고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를 정착시켜 나가자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출범 당시 원내대표간 합의 사항에 속하지 않는다며 관련 내용의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내놓은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여전히 거대 양당이 선거구 정수만큼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도 다원주의 정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로 ‘정치개혁’ 시동 거는 범진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치개혁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제공=장경태 의원실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3명은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원주의 체제로 가는 정치교체를 지금 즉시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혐오와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정치공학적 단일화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정치적 양극화 때문”이라며 “모든 권력구조를 다원주의 정치체제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6·1 지방선거가 그 첫 단추가 되야 한다”며 국민의힘에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정착과 위성정당방지법 처리를 위한 논의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206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치교체를 강조했다. 장 의원은 “지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거대 양당이 기초 의회 의석의 90%를 장악했다”며 “시민사회와 학계는 오래 전부터 3인 이상 선거구로 기초 의회를 개편해야 비례성이 개선된다고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논의를 요구하며 거대 양당에 “법안 개정 이전에 광역의회에서 선거구 쪼개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꼬집기도 했다.

양당 갈라먹는 2인 선거구 폐지·선거구 쪼개기 금지가 골자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제 20대 대선 개표를 위해 선거 사무원들이 투표함에서 투표용지를 꺼내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과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비해 국민이힘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논의는 국회에서 공회전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의 법안 상정 요구에 국민의힘이 난색을 표하며 정개특위가 열리지도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식이다. 다만 오는 6·1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 국회에서 광역시·도 의회 선거구를 획정해야해 국민의힘도 정개특위를 전면 거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정개특위에 상정을 요구하는 법안은 김영배 의원이 지난 2월 24일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이 기초의회 선거구 정수를 ‘최소 2인’으로 규정해둔 것을 ‘3인에서 5인’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기초의회 선거구는 광역시·도 의회 선거구에 연동해 결정된다. 국회에서 광역시·도 의회 선거구를 획정하면 광역의회 선거구별로 인구수에 따라 기초의원 정수가 결정되고 그 수에 맞춰 광역시·도 의회가 기초의회 선거구를 획정한다. 문제는 현행법에 ‘2인 이상’으로만 규정돼 있어 광역시·도 의회를 장악한 양당이 대부분의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나눈다는 점이다. 기초의원 정수가 4인이면 2인 선거구 2개로, 5인이면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로 나누는 식이다. 이은주 의원이 비판한 ‘선거구 쪼개기’ 행위다. 이 경우 각 선거구당 출마한 후보 중 최다 득표순으로 2~3명만 당선돼 양당이 싹쓸이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 기초의회 지역구 선거구 1035개 중 2인 선거구가 592개(57.2%), 3인 선거구가 415개(40.1%)였다. 4인 선거구는 24개로 2.3%에 그쳤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선거구 정수를 3~5인으로 정하고 광역 시·도 의회가 선거구를 나눌 수 있다는 조문을 삭제해 ‘선거구 쪼개기’를 차단했다. 이은주 의원 역시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다만 이은주 의원의 개정안에는 기초의회 최소 정수 확대(7인→9인)와 광역시·도 의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도 포함돼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요구가 정개특위 목적과 맞지 않다며 버티고 있다. 정개특위 설치 당시 여야 원내대표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광역시·도 의회 선거구와 기초의회 선거구가 같다면 기초의회 존재 이유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소선거구제가 나을 수도 있다”며 “오랜 시간 논의해봐야 할 의제인데 광역시·도 의회 선거구 획정 문제와 연계해 처리하자 하니 법안을 논의하는데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5인 선거구 도입돼도 복수공천시 다당제 난망


지난해 12월 22일 서울시의회가 본회의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민주당이 내놓은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한다고 해도 기초의회에서 다당제가 도입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공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다은 각 선거구 정수만큼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다. 4인 선거구의 경우 민주당이 2명, 국민의힘이 2명 공천할 경우 두 당이 나눠먹기 용이한 구조다. 특정 당의 텃밭인 경우 4명을 공천해 4석을 차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7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에서는 161개 기초의회 지역구에서 369명이 선출됐다. 이 중에서 현재 거대 양당에 속하는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을 제외한 정당 소속 당선자는 8명(2.2%, 정의당 5명·무소속 3명)에 불과했다. 네 정당을 제외하고 10% 이상 득표한 후보 자체가 25명(정의당 14명, 민중당 2명, 무소속 9명)에 그쳤다. 이 중 개정안대로 선거구 쪼개기를 하지 않았을 경우 당선되는 사람은 5명(정의당 4명, 무소속 1명)으로 현재 당선자 수보다 오히려 줄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해도 복수공천이 존재하는 한 기초의회 지역구 다양성이 거의 개선되지 않는 셈이다. 7회 지선에서는 기존 양당이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화해 각자 후보자를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제3정당들의 진입로는 더 작아질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은 복수공천이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양당이 의석을 싹쓸이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선거구 의원 정수가 4~5인이 되면 한 정당이 그만큼 공천하기 쉽지 않다. 우리 당 지지 표가 그만큼 분산되기 때문”이라며 “접전지역일수록 양당이 전략적으로 적은 후보를 공천해야 하고 이 경우 제 3당에 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2인 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한 정당에서 당선자가 다 배출되거나 두 정당이 각각 한 석씩 나눠가지지만 4인 선거구에서는 선거전략에 따라 제3당 후보가 당선될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는 “복수공천을 폐지하거나 선거구별 후보자 공천 수를 제한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정당의 공천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은주 의원이 개정안에 ‘의원정수 확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을 포함한 것이 이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회 의원 최소정수를 7인에서 9인으로 늘릴 경우 정원이 7인인 기초의회만 정수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현행법이 규정한 선거구간 인구비례에 맞춰 다른 기초의회의 의원 정수까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다. 의원 정수가 늘고 3~5인 선거구제가 정착되면 제3당 후보가 진입할 개연성이 다소 높아진다. 광역 시·도 의회의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선거구 형태와 무관하게 정당지지율만큼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어 다양한 정당이 의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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