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언론인이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는 데 써 달라며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았다.
22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반체제 인사이자 독립 언론 ‘노바야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사진)는 자신이 수상한 노벨 평화상 메달을 경매에 부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상을 경매에 내놓을 수 있는지 경매 업체에 문의 중”이라며 “응급치료를 받아야 하는 무고한 피란민, 다치고 아픈 어린이와 메달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휴전과 포로 교환, 희생자 피란민에 대한 대피로 개방과 인도적 지원 등도 촉구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지난 1993년 노바야가제타를 공동 설립하고 1995년부터 현재까지 편집장을 맡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왔다. 그는 독재에 맞선 노고를 인정받아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바야가제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폭격했다’는 머리기사를 내보냈다. 푸틴 정권이 이달 초 이른바 ‘가짜 뉴스’ 유포자에게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내리겠다며 러시아 언론에 재갈을 물린 후에도 무라토프 편집장은 주 3회 발행을 고수하며 편집국을 지키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노바야가제타에 러시아군에 의해 우크라이나 도시가 폭격되고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가짜 정보를 삭제할 것을 압박하고 폐간 위협도 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비통했다. 비통하면서도 부끄러웠다”면서 “우리나라의 폭격기와 대포가 이웃 나라의 도시를 파괴한 이상 우리는 그전과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정권의 탄압을 견디다 못해 언론인 수백 명이 러시아를 떠난 후에도 노바야가제타 편집국 인원 중 75%가 신문 발행을 멈추지 말자고 뜻을 모았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러시아 언론인의 마지막 남은 이(저항력)까지 뽑히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새 이가 자라게 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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