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직접 “국가 존립 위협 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국가 안보 개념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공개돼 있다. 국가가 실존적인 위협에 처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무기 사용 조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 제재가 시작되자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달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며 자국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이 핵무기 사용 조건을 언급한 것을 놓고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의 분석은 갈렸다.
CNN은 이날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전한 반면 로이터통신은 “크렘린궁은 러시아의 존립이 위협받아야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곰펄트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핵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원칙이 명확해졌다. 푸틴 대통령의 입장은 러시아 핵무기 사용의 기준은 ‘국가 존립 위협’이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분쟁에 개입할 경우 핵전쟁으로 확산할 것이란 기존 우려와 달리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놨다.
반면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매튜 해리스 선임 연구원은 이날 포린폴리시를 통해 “강력한 위협은 쉽게 실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핵 공격은 적어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 역시 우려를 표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핵무기 사용에 대한 모스크바의 수사법은 위험하다. 이건 책임 있는 핵보유국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도 “미국은 매일 러시아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핵억지에 대한 대응전략(strategic deterrent posture)을 바꿔야 할 어떤 근거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5977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