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오는 28일(한국시간) 제94회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제인 캠피언 감독의 스릴러 영화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가 작품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앞서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감독상을 모두 차지한 작품이다. 만약 이날 오스카 트로피까지 들어올린다면 금년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은 사상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기록된다. 시상식 직후 친구들에게 "나 그 영화 봤어!"를 시전하기 위해서, 더 늦기 전에 넷플릭스에서 '파워 오브 도그'를 눌러보도록 하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엄마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코디 스밋 맥피가 연기한 의대생 피터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그의 내레이션은 곧 잊히고 광활한 미 서부 평원 위 권력자, 목장주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만이 주목받는다.
피터는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데다 수시로 '마초'같은 남성미를 뽐내는 카우보이, 등장하면 누구든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따르는 이들이 십수명에 달하는 인물, 그런데 의외로 예일대 고전학을 전공하고 벤조기타 연주 실력도 상당한 매력남. 일대를 주름잡는 커다란 목장주인 필 만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주인공 행세를 하고 다닌다.
한번은 필이 인부들과 함께 소 떼를 몰고 가는 길. 잠시 들린 작은 식당에서 필은 식당 주인 아들 피터와 마주친다. 피터는 한눈에 봐도 나약해보이는 '애송이'였다. 필은 짓궂게도 피터의 말투가 '계집애 같다'라며 공개적으로 놀렸고, 피터가 섬세하게 잘라 만든 종이꽃을 담뱃불로 불태워버린다. 피터는 눈물을 삼키고 엄마 로즈(커스틴 던스트)는 몰래 눈물을 쏟는다.
사건은 그때부터였다. 필에게는 '대학 갈 머리도 안 되는 살찐 멍청이'일 뿐인 동생 조지(제시 플레먼스)가 갑자기 로즈와 결혼한 것. 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가 돈을 보고 접근했을 거라고 깎아내린다. 마침내 로즈와 피터가 목장으로 이사오자 필은 '애송이' 피터를 볼모삼아 본격적으로 로즈를 압박하고 괴롭히기 시작한다.
2시간 넘게 숨멎을듯 고요한, 그러나 줄을 양쪽에서 잡아당긴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묘하게 흐르는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 영화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궁금해진다. 겉으론 서부극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총이 나오지도, 별다른 악당이 나오지도 않는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필이 악당이라기엔 그 방식이 뭔가 옹졸하고 치사해보이기까지 한다.
하물며 필은 내세울 수 없는 아픔과 비밀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 존경하고 따랐던 카우보이 브롱코 헨리를 추억하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혼자 슬픔을 삼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이 모습을 나중에 피터에게 들키게 되면서 두 인물 사이 흐르던 기류가 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동명의 원작 소설이 출간됐던 1967년 당시에는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사악한 캐릭터를 창조했다'는 극찬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 '사악한 캐릭터'란 과연 누구일까. 정답은 도저히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2시간을 꽉꽉 채운 뒤에야 비로소 드러난다. 그 한 장면을 위한 2시간 동안의 '빌드 업'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중이다.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한 시대의 종언'이라고. 분명 거기까지 해석할 여지가 있는 작품이지만 우선은 광활한 평원에서 펼쳐지는 고도의 심리전, 점진적으로 쌓여지는 서스펜스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을 체험하기에 충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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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평 : 이토록 소름끼치는 결말은 오랜만이야!
+요약
제목 :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2021)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연출 : 제인 캠피온
주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 외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극장(상영중)
러닝타임 : 126분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공개 :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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