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경제6단체장과 만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경제계는 구체적인 실천을 주문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말 무언가를 바꾸고 싶으면 더 디테일해야 한다”며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는 규제 개혁을 그냥 말할 수 있지만 기업 차원에서는 ‘어떤 규제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 여야 정치권이 규제 혁파를 말로만 외치지 말고 기업들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진보 구분 없이 역대 정부는 이구동성으로 ‘네거티브(금지하는 것 외에는 모두 허용) 규제’를 거론하며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 규제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에 비유하며 뿌리 뽑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초반부터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규제 샌드박스(신제품 출시 때 기존 규제를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를 ‘붉은 깃발’에 빗대면서 규제와 절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되거나 신설된 기업 규제는 2017년 1094건에서 2020년 1510건으로 되레 40%가량 늘었다. 현 정부는 임기 내내 기업 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反)시장적 규제 사슬을 만들어냈다. 또 최근 3년 동안 632건의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했지만 제도 개선이 이뤄진 것은 고작 20%인 129건에 그쳤다. 새 정부가 역대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규제 혁파를 단순한 정치적 구호로만 여기지 말고 디테일한 액션플랜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를 실행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투자와 일자리는 저절로 늘고 성장·복지의 선순환도 가능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