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43)씨는 최근 온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 가족들과 미뤘던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가족 모두 최근 격리가 끝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린 자녀 때문에 감염될까 엄두가 안났는데 이제 가족 모두 항체가 생겼으니 여행을 마음껏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코로나에 한 번이라도 확진된 적이 있는 사람이 10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확진 뒤 완치된 이들은 미뤄졌던 만남을 재개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공개하지도 않는 데다 확진자가 수십만 명 쏟아지는 와중에 방역 수칙이 완화되고 있어서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이 컸던 이들 사이에서도 코로나에 확진되고 나니 “후련하고 좋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워킹맘 김모(38)씨는 한동안 일일 확진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서자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앞두고 고민하던 차에 온가족이 확진판정을 받고 걱정이 사라졌다. 김씨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아기들의 확진이 나오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정작 가족들이 다 걸리고 나니 마음을 편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모(33)씨도 최근 확진됐던 친구들과 ‘파티’를 열었다. 이씨는 “친구들과 모여 7일동안 갇혀서 고생한 걸 서로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재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도 확산세가 가파른 만큼 완치자라고 해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격리에서 풀린 뒤 사흘간은 남은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어 반드시 고위험군 등 다른 사람과 접촉을 삼가야 한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뒤 다시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재감염 추정 사례'가 총 290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국내 누적 확진자 762만9264명 중 290명이 재감염 추정 사례다. 이 중 129명이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두달 간 발생했다.
한편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체 국민의 20%가 감염력을 갖게 됐다. 해외 국가에서는 전체 인구의 20%가 감염력을 가질 때 유행이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나는 사례가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유행이 앞으로 누그러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오지만, 아직 판단은 이르다는 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0%'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근거는 없다"며 "현재로서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신규 확진자가 매주 크게 증가했던 추이가 나타나지 않고 정체돼 있어,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에 진입해 있는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감소 추세로 전환되는지 여부는 금주 상황을 더 봐야 판단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점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지, 완만할지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며 "해외 사례에서 완만한 감소세를 보인 국가가 있고 두드러지게 감소한 국가도 있으나 원인 분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가) 20%가 되어야 정점이 된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선이 아니다"라며 "검진율, 자연면역 보유율, 예방접종률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인구 대비 확진율로만 정점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