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의 시장경제 개혁을 이끈 설계자로 평가받는 아나톨리 추바이스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러시아를 떠났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고위급 인사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CNBC 등에 따르면 아나톨리 추바이스는 최근 사의를 표하고 터키로 출국했다.
이에 러시아 크렘린궁은 추바이스의 사임 사실을 확인했으나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은 추바이스가 사임 직후 출국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략 비판 세력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푸틴 정부에서 기후변화 등 국제기구와 관계를 전담하는 특별대사직을 맡았던 추바이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동료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추바이스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동료 경제학자였던 예고르 가이다르를 추모하며 “러시아의 미래에 대한 논쟁에서 나는 항상 그와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는 나보다 전략적 위험을 더 잘 이해했던 것 같다. 내가 틀렸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추바이스는 러시아 시장경제 개방을 주도한 인물로 1990년대 중·후반 보리스 옐친 대통령 정부에서 재무장관과 경제 부총리를 지냈다. 푸틴 행정부에서는 첨단기술센터인 '나노기술공사', '로스나노' 등 국영기업을 이끌었다. 또 최근 1년여간은 대국제기구 관계 대통령 특별대표직을 맡아왔다.
한편 러시아 정부 인사들 가운데는 푸틴 대통령의 공습 결정에 반대해 직을 내려놓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 당시 수석 경제 고문이자 2018년까지 부총리를 지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비난한 뒤 국영 스콜코보 기술기금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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