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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사장하겠다는 사람이 한 트럭"…무덤이 된 커피창업

지난해 수입액 1조로 성장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소형점포 양극화

출점경쟁에 재료·인건비 올라 고전

주인 자주 바뀌고 절반 3년내 폐업

손님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수표동의 한 카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건율 기자




“커피 시장 커진 것은 아무 의미 없어요. 카페 사장하겠다는 사람이 한 트럭인데요.”(서울 종로구 무교동 카페 박 모 사장) “집 주변에만 카페가 10여 곳 있는데 정작 가는 곳은 두어 군데밖에 없어요.”(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시민 A 씨)

지난해 커피 수입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커피 산업이 외형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의 부침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인 사업자들은 신규 점포 출점에 따른 경쟁 심화와 원두 등 원재료 값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카페는 개인 사업자의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면서 일년 동안 사장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25일 서울경제가 방문한 서울 은평구·금천구·영등포구 등 5개 자치구에는 카페가 넘쳐났다.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물론이고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뽐내는 개인 카페들도 다수였다. 심지어 한 블록에 서너 곳의 카페가 줄지어 입주한 곳도 많았다. 실제 코로나19 국면에도 커피 사업자는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커피 음료점’ 매장은 8만 3363개로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시작된 2020년 1월 6만 2278개 대비 1만 9000개가량 늘었다.

문제는 급증하는 커피 개인 사업자만큼 커피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체 커피 수요는 고정된 상태에서 판매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폐업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코로나가 시작된 후 다른 업종은 10%가량 폐업했지만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고 느끼는 카페는 20% 이상 신규 창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25일 서울 중구 장교동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건율 기자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 서울 내 커피 음료업 매장 중 절반가량(48.8%)이 3년 이내 폐업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5년 이상 카페를 운영했다는 김 모(48) 씨는 “주변에 동네 카페들이 생겨나며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며 “하루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갑자기 늘 수는 없으니 결국 나눠 먹기 장사를 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은 원두 등 원재료 값 상승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커피 가격을 인상하거나 원두를 공동 구매해 원 비용 부담을 줄이지만 소규모 개인 카페는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남궁 모(38) 씨는 “지난해와 올해 초 원두 가격이 kg당 4000~5000원 올랐다. 밀가루나 버터도 마찬가지”라며 “커피 가격 인상도 고민했지만 단골들이 떠나갈까 실제로 올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들은 “카페 창업의 진입 장벽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폐업 경험이 있다는 카페 사장 나 모(42) 씨는 “예비 창업자 대부분이 직장을 다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카페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본다”면서 “일을 시작하기는 쉬워도 성공하기 어려운 곳이 카페 시장이다. 예비 창업자는 철저한 상권 분석과 가격 포지셔닝 이후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25일 서울 금천구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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