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파기 하루 만인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55분까지 약 25분간 시 주석과 통화하고 전날 이뤄진 북한의 신형 ICBM '화성 17호' 시험 발사와 관련해 이같이 요청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시 주석에게 "북한의 심각한 도발로 인해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악화한 만큼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이에 대한 시 주석의 답변을 공개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과 시 주석은 또 이날 통화에서 "수교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중 관계 발전을 이뤄 나가자"고 뜻을 같이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앞으로 상호 존중과 협력의 정신으로 한중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시 주석과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시 주석은 양국 관계를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으로 규정하고 "양국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양국과 두 나라 국민들에게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나아가 양측은 고위급 전략적 소통을 활성화해 한중 관계 현안을 잘 관리해 나감과 동시에 △공급망 △보건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더불어 양 국민 간 마음의 거리를 줄여 나가는 것이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30년간 높아진 양국의 국제사회 위상에 걸맞게 지역·글로벌 이슈와 관련해서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통화는 윤 당선인에 대한 당선 축하 인사를 계기로 마련됐다. 특히 시 주석이 한국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11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통해 축전을 전달한 데 이어 이날 통화에서도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시 주석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올해 양회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당선 확정 이후 통화한 정상 가운데 시 주석과 가장 길게 통화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약 20분,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 15분 통화한 바 있다. 16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는 약 25분 통화했다. 후보 시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등 대중 강경 발언을 이어 온 윤 당선인이 미국·일본 정상보다도 중국 정상과의 통화에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한 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