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냉전 종식 이후 30년 넘게 계속돼온 ‘세계화’라는 글로벌 트렌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종말을 맞았다는 평가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에게서 나왔다.
24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는 래리 핑크 블랙록 CEO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냉전이 끝난 후 계속돼온 세계 질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끝났다”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10조 달러(약 1경 2000조 원) 넘는 자산을 굴리는 블랙록의 핑크 CEO는 “냉전 시대가 끝난 1990년대 초 러시아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환영받았고 전 세계 자본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제 무역이 활성화됐고 전 세계 자본시장도 커졌으며 글로벌 경제 성장세 또한 가팔라졌다”고 평가했다.
핑크 CEO는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진영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거래 대신 관계 중단 같은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전쟁으로 우리 사회의 극단적 대립 양상이 짙어지고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은 더 과격해지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힘을 합쳐 러시아에 대응하며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고 블랙록 역시 러시아 주식 매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CNBC는 이 같은 핑크 CEO의 서한과 관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가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짚었다.
다만 핑크 CEO는 “나는 여전히 세계화의 이점과 전 세계 자본시장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전 세계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서 회사는 성장을 위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국가는 경제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한에서 “블랙록은 위기의 직간접적인 파장을 모니터링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새로운 투자 환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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