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5월 10일)하기도 전에 북한의 도발을 마주했다. 더욱이 그 도발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더 강하고 긴 시간의 도발을 예고한 탓이다. 4월은 특히 북한의 도발이 잦았다.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과 중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25일 북한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설 90주년 등 남북의 긴장감을 극도로 높이는 세 가지 이벤트가 이어지는 게 컸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이 세 가지 변수를 기회로 삼아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주 갱도 가운데 3번 갱도를 복구 중인 것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24일 고각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신형 ICBM ‘화성 17형’이라고 이튿날 발표했지만 한미 군 당국은 정밀 분석을 통해 북한이 신형 ICBM이 아닌 기존의 ‘화성 15형’을 발사한 것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렸다. 다만 북한이 2018년 4월 선언한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ICBM 시험 발사 유예)을 스스로 파기했다는 기존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①北, 3월 15일 태양절 계기 군사 도발 수위 높일까
북한이 다음 달 15일 110주년 태양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한편 신형 무기를 과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외교가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정치국 회의 등에서 올해 태양절을 성대하게 경축할 방침임을 여러 번 밝혀왔다. 통일부도 북한이 태양절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올해는 북한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 즉 ‘정주년’이어서 열병식에 군사 도발이 동반될 확률도 높다. 다음 달 11일이 김 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 13일은 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 10주년인 점도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을 키운다.
북한 역시 ‘4월 위기설’을 스스로 언급했다. 북한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7일 발표한 글에서 ‘선(先)비핵화’ ‘대북 선제 타격’ ‘9·19 군사 합의 파기’ 등 윤 당선인의 발언을 열거하고 태양절 110주년 등이 이어지는 다음 달 대형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②文 정부 마지막 한미연합훈련도 변수
다음 달 중하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북한 도발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한미는 다음 달 12~15일 본훈련의 사전 연습으로 여겨지는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하고 18~28일 본훈련인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훈련의 구체적인 개최 방식과 규모에 따라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 통일의메아리는 이날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대결적인 보수 후보(윤 당선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반공화국 대결 소동에 더욱 승이 나서 날뛰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매년 한미연합훈련에 거세게 반발해온 만큼 이른 시일 내에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중 가장 상태가 양호할 것으로 추정되는 3번 갱도의 옆구리를 새로 뚫고 들어가는 정황이 포착된 점도 이런 판단에 힘을 싣는다. 이전 핵실험으로 폭파한 입구를 원상 복구하기보다 지름길을 새로 뚫는 것이 수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한이 중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소형 핵탄두 개발을 시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미사일들은 핵탄두를 실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미사일들의 위협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전술 핵 정도의 소형 핵탄두를 실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③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도 주목해야 할 변곡점
북한이 다음 달 25일 90주년을 맞는 인민혁명군 창설일에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항일 무장투쟁 시기인 1932년 4월 25일 조직된 김일성 주석의 항일유격대를 인민군의 시초로 보고 매년 4월 25일을 인민혁명군 창설일로 기념해왔다. 이날을 전후로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어떤 계기로든 북한 핵실험이 임박한 만큼 한미 정상이 조속히 만나 대북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미정상회담의 가장 유력한 기회가 될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 정상회의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쿼드 정상회의는 당초 5월 하순 일본 도쿄에서 열릴 것으로 전해졌지만 같은 달 치러지는 호주 총선과 7월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로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정상이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면서도 “쿼드 정상회의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미국 측의 공식 제의나 협의 요청이 접수된 바는 없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제안해오면 적극 환영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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