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대만에서 자주 국방력을 키우기 위해 현재 4개월인 군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만민의기금회가 14~15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만 국민의 75.9%가 의무 복무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데 대해 ‘매우 동의(43.6%)’ 또는 ‘동의(32.3%)’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만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대만 정부는 복무 연장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검토에 들어갔다. 대만은 1951년부터 남성이 최대 3년을 의무 복무하는 징병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복무 기간은 정치권의 축소 공약 경쟁으로 1990년 2년, 2002년 1년 10개월, 2008년 1년, 2018년 4개월로 계속 단축됐다.
대만의 움직임은 유사한 길을 걸어온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에 36개월(육군 기준)로 시작된 의무 복무 기간은 1993년 26개월, 2003년 24개월, 2011년 21개월, 2020년 18개월로 계속 단축돼왔다. 총선·대선 때마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복무 축소를 단골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당시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밀어붙였다.
올해 대선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징집병과 모병을 혼합한 ‘선택형 모병제’를 거론하는 등 후보들마다 군 복무 관련 선심 공약을 내놓았다. 우리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현상으로 미래의 병력 자원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북한과 주변국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상비 병력 50만 명선을 유지하려면 근본 대책 없이 더 이상 군 복무 기간을 줄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복무 기간 축소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우리 군사력이 약화돼 ‘힘으로 지키는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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