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구글 내부에서 구글의 보상 패키지가 경쟁사 대비 박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구글 내부에 또 한 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애플이 지난 해 12월에 전례 없는 자사주 보너스를 지급한 데 이어 세 달 만에 또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애플은 통상적으로 매년 4월과 10월에 보너스를 비롯해 직원들에게 보상 패키지를 지급합니다. 하지만 지난 해 12월에 지급된 자사주 보너스에 이어 이번 달에 지급된 자사주 역시 이례적인 보상 방식입니다. 이 같은 두 번의 자사주 보너스는 일부 성과가 좋은 엔지니어에게 지급했다는 점에서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일부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10만 달러(약 1억2200만원)에서 20만 달러(약 2억4400만원)의 자사주를 지급하며 '특별 인재 유지 보조금(special retention grants)'이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대신 이 보너스는 즉시 받을 수 없고 몇 년에 걸쳐 동일한 비율로 지급됩니다. 핵심 인재들이 최소 몇년간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지난 해 애플 주가가 40% 가량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몇 년 뒤에는 두 배 이상의 금액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에 지급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경우 주로 시스템온칩(SoC) M1칩 시리즈를 설계하는 하드웨어 팀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분야 엔지니어에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는 그보다 소수의 인재들에게 지급됐다는 설명입니다.
애플이 전례 없는 자사주 보너스 카드를 연달아 꺼내든 데는 실리콘밸리 안팎에서 벌어지는 인력 쟁탈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칩 설계를 비롯해 메타버스에 즉각 적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분야 등 수요가 높은 분야의 엔지니어의 경우 높은 스톡옵션을 받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입니다. 특히 신사업 영역에서의 기존 빅테크 간 경쟁도 치열하죠. 메타 플랫폼(옛 페이스북)도 지난 해부터 애플 인력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또한 이 같은 특별 자사주 보너스 지급을 부추긴 요소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애플은 다음달부터 사무실 복귀를 재개해 점차 출근 일수를 늘려 5월 말에는 직원들이 주 3회 출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근무 조건을 스스로 택할 수 있는 핵심 인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플의 인재 유출 방지 보너스가 정례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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