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민단체가 28일 오전 8시 경복궁역에서 혜화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또다시 진행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 낼 권리가 있다는 의견과 출근길 시민들에게 민폐라는 입장이 맞물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시위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정치권의 책임을 주장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8일 오전 8시 25분께 지하철 3·4호선에서 시작한 시위를 9시 13분까지 약 50분 간 진행했다. 전장연은 경복궁역에서 탑승한 뒤 충무로역에서 환승해 명동역으로 이동하다 내려 다시 혜화역으로 향했다. 이날 시위로 인해 지하철 3·4호선 운행이 지연됐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지하철 출퇴근길 시위를 총 24번 진행한 바 있다. 전장연은 이달 1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동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 등에 대한 계획을 요구했으나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 달 만에 시위를 재개했다.
지하철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시위 때문에 일찍 나와야 해 힘들다”거나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 “출근길 시위를 하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라며 시위 취지를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하철 시위가 이어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 시위가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단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27일에는 전장연의 시위를 두고 “하루에 14만명이 환승하는 충무로역을 마비시켜서 X자노선인 3·4호선 상하행선을 모두 마비시키는 목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며 이날 지하철 시위에 참석해 정치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 동생의 탈시설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 출신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안내견 ‘조이’를 데리고 시위 현장에 나와 “정치권을 대신해 제가 대표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승강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출근길 불편함을 토로하신 국민들에게도 죄송하다”며 정치권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또 “인수위에 장애인 단체의 입장을 설득하고 잘 전달하겠다”며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 또한 “정치가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교육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진작에 제대로 정책으로 만들고 예산으로 뒷받침했더라면 오늘 이런 자리는 만들어질 필요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최근 이어진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 단체 비난 발언에 대해서는 “이런 시위에 대해 폄하와 모욕적인 표현을 차기 여당의 당 대표가 반복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깊은 유감을 표현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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