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노동계를 직접 만날 시점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역대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통합 메시지와 국정 동력을 위해 노동계를 직접 만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는 일방적 정책을 추진하다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는 등 노동계와 ‘불편한 동행’을 보이기도 했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양대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1998년 취임 후에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발족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문제를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대화로 푸는 기구다. 이듬해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 도입에 대한 불만으로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지만,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 기구 출범은 노동계에서 높은 평가가 나온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노동계와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평가된다. 2003년 당선인 신분으로 양대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직접 찾았다. 이 자리에서 “노사간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친노동 발언이라고 우려했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노사 갈등을 고려할 때 노정 대화 복원 측면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다. 취임 이후인 2007년에도 노 전 대통령은 비정규직법에 대한 논의를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 인사, 정책 등 공통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으로 2008년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공교롭게도 윤 당선인처럼 대기업 총수와 먼저 회동한 후 한국노총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노동계와 약속을 지키겠다”며 후보 시절 정책 연대를 취임 이후에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관심이었던 민주노총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노총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 추진을 위해 노동계의 협력을 요청했다. 그 결과로 노동계의 상징적인 결과인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다. 그러나 취임 이후 일명 양대 지침 추진으로 양대 노총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노동계와 갈등이 심해졌다. 급기야 한국노총은 2016년 경사노위를 탈퇴했고 사회적 합의도 파기됐다.
당선 후 바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1월 청와대에서 양대 노총을 만났다. 2007년 고 노 대통령 이후 11년 만에 민주노총과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문 정부는 노동 존중 정부답게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많은 친노동 정책을 추진했다. 결과물 중 하나가 2020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이다. 당시 협약은 198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이뤄진 노사정 간의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를 이루지 못했다.
현 정부와 달리 시장경제를 중시한다고 평가 받는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에 한국노총을 찾아 위원장을 만났다. 반노동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던 시기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노동계가 바라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방문했을 때 취임한 이후 한국노총을 찾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이로 인해 한국노총이 윤 당선인에게 면담을 먼저 제안하기 곤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공약에 대한 토론을 위해 윤 당선인에게 만남을 공식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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