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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조응' 34개월만에 3.4억 치솟아…리세일 많아지고 빨라졌다

[올해도 심상찮은 아트테크 열풍]

김환기·박서보 등 블루칩 작가작품

미술시장 호황에 거래주기 짧아져

이우환의 2004년 작 '조응'. 2019년 2억 5000만 원에 팔린 작품이 2년 10개월 만에 다시 경매에 나와 5억 9000만 원에 리세일됐다. 사진 제공=서울옥션






22일 서울옥션(063170)에서 5억 9000만 원에 낙찰된 이우환의 2004년 작 ‘조응(130×194㎝)’은 앞서 2019년 5월 케이옥션(102370) 경매에서 2억 5000만 원에 거래됐던 작품이다. 2년 10개월 만에 3억 4000만 원이 올라 연평균 약 1억 2000만 원의 상승세를 보였다.

미술 시장이 호황세를 보이면서 한 번 거래된 미술품이 다시 경매에 나오는 리세일(재판매)이 많아지고 반복 거래의 주기도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술품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어도 제작 시기와 소재·구도·재료·완성도 등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공산품의 정가제와는 다른 가격 결정 구조를 갖는다. 이 때문에 미술품 가격의 단순 비교가 어렵고 리세일로 동일한 작품이 재거래되는 사례가 가격 분석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대표적인 글로벌 미술품 가격 지수인 메이모제스지수(Mei Moses Fine Art Index)도 리세일 가격 변화를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국내 양대 경매사가 진행한 이번 3월 경매에서도 리세일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23일 케이옥션 경매의 대표작이었던 이중섭의 말년 작 ‘닭과 가족’도 2011년 10억 원에 팔렸던 작품이 11년 만에 시작가 14억 원에 리세일로 나와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같은 경매에 나온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년)의 오색 점화(點畵) ‘27-XI-71 #211’의 경우 2018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33억 원에 팔렸고 같은 작품이 지난해 6월 리세일로 나와 30억 5000만 원에 낙찰됐다. 23일 경매에 동일한 작품이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가 유찰됐으나 35억~45억 원으로 책정된 추정가가 ‘작품값 상승세’를 반영했다.



김환기의 ‘27-XI-71 #211’.


리세일 기록이 많아졌다는 것은 거래량 자체의 증가를 뜻하며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세를 반영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1년 경매 낙찰작은 총 382점, 낙찰 총액 약 70억 원이었지만 2011년에 915억 원(4731점), 지난해 3242억 원(2만 2541점)으로 급성장했다.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리세일이 늘어났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량을 확보한 ‘블루칩’ 위주로 이뤄졌다. 김환기·이우환을 중심으로 천경자·박서보·정상화·김종학·이대원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작가의 경우 10년 이상 작품을 보유하고도 10% 이하의 수익률을 보이거나 미술 트렌드가 바뀌면서 오히려 값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리세일의 특징은 ‘주기 단축’의 경향이다. ‘환기블루’라 불리는 푸른색의 점화 ‘15-Ⅶ 72 #305 뉴욕’은 2000년 4월 경매에서 3억 9000만 원에 팔린 후 2007년 3월 경매에서 10억 1000만 원, 다시 2016년 3월 경매에서 약 22억 원에 거래됐다.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지만 평균 8년에 한 번씩 시장에 나왔다. 검정색에 가까운 김환기의 말년 작 ‘22-Ⅹ-73 #325’는 2012년 경매에서 12억 원에 낙찰된 것이 6년 만인 2018년에 다시 시장에 나와 30억 원에 리세일됐다. ‘블루칩’ 작가의 리세일 주기가 5~10년이었지만 최근에는 2~3년 만에 경매에 다시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호숙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투자 목적으로 미술 시장에 유입된 신규 투자가들은 작품을 구매한 후 오랜 기간 보유하지 않으며 일정 수준의 차익을 실현하면 바로 재판매를 시도한다”면서 “거래 회전율은 빨라지지만 매물이 부족해 같은 작가의 동일한 작품이 경매에 재출품되는 일이 잦아지는 등의 현상은 작가 포트폴리오 부족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작품 소장자나 경매 회사 등이 작품 수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리세일 주기가 더 짧아질 수 있다”면서 “다만 MZ세대가 대거 진입한 최근 미술 시장의 경향은 미술품 구매와 재판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미술계의 일부가 된다고 여기는 심리적 보상도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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