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국내에 20만 7000명분 도입됐지만, 전국의 지정약국 10곳 중 2곳은 팍스로비드 재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치료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팍스로비드 20만 명분을 추가 계약하며 총 120만 4000명분의 먹는 치료제를 들여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약계에서는 팍스로비드에 대한 유통이 원활하지 않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가 28일 전국의 지정약국 668곳 중 70곳(10.4%)을 무작위 추출해 확인한 결과, 13곳은 팍스로비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가 팍스로비드를 갖고 있지 않은 셈이다. 지난 28일 처방이 시작된 머크(MSD) 라게브리오는 이틀 동안 500명분이 처방될 정도로 초기 처방이 활발한 편이다. 그럼에도 지정약국 중 9곳은 머크의 라게브리오가 아직 배달되지 않았거나 이미 소진됐다고 답했다. 지정약국의 약사 A씨는 “지역 일대 팍스로비드가 모두 떨어져 이틀 간 치료제를 공급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팍스로비드 재고가 있다고 밝힌 41곳 중 40명 분 이상 보유한 곳은 10곳, 31~40명분은 5곳, 21~30명 분은 8곳, 11~20명 분은 2곳, 1~10명 분은 1곳으로 확인됐다.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에 비해 보유물량이 더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40명 분 이상 보유한 곳은 1곳, 21~30명 분은 8곳, 11~20명 분은 9곳, 1~10명 분은 10 곳으로 나타났다. 70곳 중 28 곳은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모두 재고가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수량은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지정약국의 재고 현황은 방역 당국이 “먹는 치료제가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 것과는 대비된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화이자 팍스로비드 20만 7000명분과 머크 라게브리오 10만 명분 외에도 3월 말부터 4월까지 총 46만 명분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약국가에서는 “일선 현장에서는 물량이 부족하다”며 “제일 큰 문제는 팍스로비드 신청한 만큼 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향후 2~3주 동안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먹는 치료제는 그 필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날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이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판단했지만, 위중증 환자 수는 1273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의료계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관리를 위해 코로나19 치료제의 충분한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에 대해선 빠르게 치료를 해야 하는데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별로도 공급에 편차가 있어 치료제의 공백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고위험이고 증상이 발현되기 5일 이전이라면 보다 과감하게 처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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