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불법 촬영물이 담긴 SD카드(메모리칩)를 삼켰다가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항문 내시경을 받은 한 남성이 '위법적인 강제 증거 수집'이라고 반발,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7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2018년 일본에서 벌어진 이른바 '피고인 체내 메모리 카드 강제 채취' 사건 관련, 피고인의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지바현 경찰은 2018년 10월 18일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집에 들어가 이 여성이 목욕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A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검거 당시 A씨는 촬영에 쓴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경찰이 확인했을 때 영상 메모리가 담긴 증거물인 SD카드는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이를 삼킨 것으로 보고, CT 검사를 통해 SD카드가 몸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SD카드를 배출시키기 위해 A씨에게 여러 번 설사약을 먹였다. 하지만 장내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A씨는 같은 해 11월 8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경찰은 "항문 내시경을 통해 SD카드를 빼내야 한다"는 의사의 자문을 받은 끝에 11월 26일 법원에서 '체내 SD카드 강제 채취를 허가한다'는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틀 후 의사는 A씨를 수면 상태로 만든 뒤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80cm가량 장내 안으로 넣어 SD카드를 꺼냈다.
해당 메모리칩은 40일이나 A씨 몸 안에 있었지만 별다른 손상이 없는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피해 여성의 목욕 장면이 담긴 영상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강제적 증거 채취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증거로 인정하지 말아달아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와 2심 도쿄고등법원 모두 "SD카드를 강제 수집한 것은 불법"이라며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인 지바지방법원은 2020년 3월 "SD카드의 데이터가 불법으로 수집됐다"며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A씨의 주거침입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도주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집행유예형을 내렸다.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리며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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