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백신 접종을 마친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면제로 해외여행(아웃바운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지난 2년 동안 동면 상태를 보냈던 하나투어 등 여행사들은 잇따라 신상품을 선보이며 선점에 나섰다. 다만 국내 경기회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 방문(인바운드)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방한 시장은 국내외 악재가 중첩되면서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참좋은여행 등 여행업계는 21일 이후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지난달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전하고 있다. 그동안 입국 시 격리 때문에 해외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공항으로 쏟아지고 있다. 팬데믹 2년 동안 개점휴업이었던 여행사와 항공사는 반색이다.
반면 방한 시장 관련 업계는 여전히 냉방이다. 주요 호텔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호텔 투숙객 숫자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입국자 숫자도 크게 늘지 않았다. 한국인은 글로벌 관광 시장 회복에 기여하는 반면 이런 혜택을 정작 한국은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관광지의 선호도 차이에서 나오는 듯하다. 팬데믹 와중에 억눌렸던 관광 시장이 회복되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우선순위를 두고 소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여행업체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대략 유럽과 동남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반면 다른 국가의 여행 소비자들 선호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관광산업의 국제 경쟁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 이전 방한 시장의 주축을 이뤘던 중국과 일본·대만이 여전히 국경 봉쇄를 유지하는 것도 방한 관광 시장에 악재다. 중국은 악명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고 일본과 대만도 사실상 비슷하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전체 방한 관광객 중 이들 3국의 비중은 중국 34.4%를 비롯해 총 60.3%를 차지했다. 아시아의 비중이 83.4%다. 방한 시장 소비자들의 지역적 편중 현상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전환하면서 방한 시장도 점차 풀릴 것이라는 것이 기대 섞인 전망이다. 다만 천수답(天水沓)식 관광 시장은 그대로 남아 있다. 새 정부 들어서 추진해야 할 첫 번째 정책으로 국내 관광 시장의 경쟁력 회복이 거론되는 이유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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