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인 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사진·52) 대통령이 또 한 번의 탄핵 위기를 넘겼다.
페루 국회는 28일(현지시간) 8시간을 넘긴 마라톤 토론 끝에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찬성 55표 대 반대 54표, 기권 19표로 부결시켰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는 정원 130명의 3분의 2인 87표 이상이었지만 반대표가 찬성표와 비등하게 나왔다.
앞서 이달 초 50여 명의 야당 의원들은 카스티요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부패 의혹을 거론하며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했다. 지난 15일 탄핵 절차 개시에 찬성한 의원 수가 76명이었기 때문에 탄핵안 최종 가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날 실제 탄핵에 찬성한 의원은 오히려 더 줄었다.
카스티요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넘긴 것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8개월 만에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시골 초등교사 출신의 정치 신인인 좌파 카스티요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우파 유력 정치인 게이코 후지모리를 불과 4만여 표 차이로 꺾고 당선됐지만 측근들의 부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며 탄핵 위기에 처했다. 또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갖가지 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 참사도 반복됐다. 카스티요 대통령 취임 후 8개월 사이 국무총리가 4번이나 바뀌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일부 야당 의원들이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불법적인 영향력 행사 의혹 등에 따른 '도덕적 무능'이 그때도 탄핵 사유였다. 당시엔 탄핵 개시에 찬성한 의원이 46명으로, 최소 요건인 40%(52명)에 못 미쳐 탄핵 시도가 일찌감치 무산됐다.
4개월 만에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은 카스티요 대통령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국회에 나와 "모두가 실수하고 결점이 있지만 난 내 약속과 가치, 원칙에 충실했다"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면서 의원들을 향해 "민주주의를 위해, 페루를 위해, 불안정을 막기 위해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탄핵안 부결로 페루 정국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은 피했으나, 이미 인사 실패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카스티요 대통령이 무사히 임기를 마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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