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군부가 운영하는 방송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보도와 관련한 중립성 훼손 논란이 제기되자 해당 방송사 사장이 해임됐다.
30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타이PBS 방송에 따르면 나롱판 칫깨우때 육군 참모총장은 전날 군이 운영하는 채널5 방송사 사장인 랑시 키티야나삽 장군을 내달 초 물러나도록 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랑시 장군은 '일신상의 사유'로 자신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면서 해임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해임 조처는 최근 채널5 방송사의 우크라이나 침공 보도 중립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랑시 장군은 지난주 주태국 러시아 대사를 만난 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보도와 관련해 뉴스 제휴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채널5 방송은 관련 뉴스 보도 시 러시아 대사관과 확인을 거치고,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뉴스도 방송하기로 했다고 방콕포스트는 보도했다.
랑시 장군은 이 협약 체결에 대해 균형 잡힌 보도를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서방의 뉴스에 너무 많이 의존해 왔다. 그들이 보도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어떻게 우리가 얘기할 수 있겠느냐. 우리는 뉴스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채널5의 중립성을 해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랑시 장군은 이후 우크라이나 대사를 만나 관련 보도에서 중립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조처에도 불구하고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했으며, 채널5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방콕 포스트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8일에는 채널5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한 뉴스가 나가던 중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뉴스는 광고로 대체됐다.
쁘라윳 총리는 자신이 채널5 뉴스 보도와 관련해 개입했다는 추측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뉴스 보도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비판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는 찬성했지만, 이번 사태 발발 이후 '중립 기조'를 유지하며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오는 11월 말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서 APEC 회원국인 러시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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