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 수장이 대면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양국은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30일 CGTN과 로이터통신은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이 중국 안후이성에서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공식적인 방중 목적은 이튿날 중국에서 열리는 아프가니스탄 주변국 외교장관 회의 참석이다. 하지만 이번 방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회담 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라브로프 장관은 왕 부장에게 특별 군사작전의 진행 상황과 우크라이나 정권과의 협상 과정에 대해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이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국제 문제에 대해 ‘단결된 목소리’를 내는 데 합의했다며 “외교정책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양자 차원과 다자 틀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또 “양측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취한 일방적이고 적법하지 않은 제재의 비생산적 특성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베이징에서 가진 정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중러 협력에는 한계가 없으며, 평화를 달성하고 안전을 지키며 패권에 반대하는 우리의 노력에도 한계가 없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은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의 보증인이 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우리는 건설적인 역할을 하며 우크라이나 정세를 정상화하기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으로 그간 겉으로나마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했던 중국의 입장이 바뀔지 주목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안보 우려에 공감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러시아를 물질적으로 지원할 경우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다 다음 달 1일에는 유럽연합(EU)과의 화상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는 등 압박을 받고 있어 쉽사리 지원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세르게이 장관은 이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도 양자 회담을 한 뒤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서방의 제재라는) 용납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규탄을 국제 논의장에서 끌어내는 것은 물론 이 적법하지 못한 행동을 우회할 수 있는 실질적 행보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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