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계종 종정 추대 법회에 참석해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불교계의 불편한 관계를 풀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성파 스님의 종정 예하 추대를 축하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법회에는 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참석했고 여야 4당 대표와 각국 대사 등이 초청됐다. 김 여사는 앞서 올 초 양산 통도사에서 성파 스님을 만나 신년 인사와 더불어 종정 추대를 축하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통도사에서 종정 예하를 여러 번 뵌 적이 있다”며 “그때마다 큰 가르침을 받았고, 정신을 각성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불교가 실천해온 자비와 상생의 정신은 우리 국민의 심성에 녹아 이웃을 생각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됐다”며 “불교는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국민께 희망의 등불을 밝혔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종정 예하는 모두를 차별 없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불경 보살’의 정신과 선한 마음을 강조하셨다”며 “그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가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날 법회 참석과 관련해서는 ‘불심 달래기’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와 민주당이 불교계와 잇단 마찰로 관계가 껄끄러워진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에,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정 의원이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불교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진행해 불교계가 재차 항의했다. 결국 황희 문화부 장관이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불교계는 1월 전국승려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가 종교 편향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집트 등 중동·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던 문 대통령은 황 장관을 통해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가 불교계 달래기와 연관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정권과 불교계의 관계가 문 대통령의 이날 참석에 영향을 준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도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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