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추측이 난무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그간 우랄산맥 내 '핵 벙커'에서 지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유럽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캣의 러시아 안보 담당인 크리스토 그로체프의 주장을 보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TV '채널24'와 화상 인터뷰에서 "나는 쇼이구 장관이 분명히 벙커에 있었다고 확신한다"면서 그가 이용하는 비행기를 추적한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로체프는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행기가 바슈코르토스탄 공화국 주도 우파 인근에 지속적으로 오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우파는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쪽으로 1200㎞가량 떨어진 곳으로 우랄산맥 남쪽에 위치해있다. 그는 "우파 지역에 벙커가 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쇼이구 장관이 (보름간) 벙커에 머물렀다는 명백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며칠 전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이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처럼 크렘린궁이 핵 공격 전략도 고려 중이라고 가정해보면 (쇼이구 장관이 행선지가 벙커였다는 설명 외) 다른 결론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2일 CNN에 국가 존립이 위협을 받으면 핵무기를 꺼내 들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그로체프는 인터뷰에서 우파 인근 벙커의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우파에서 140㎞가량 떨어진 야만타우 산에 군용 벙커를 설치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벙커는 핵 전쟁에 대비한 대규모 군사시설로 상황실을 갖추고 있어 유사시에 대피해서도 군 지휘가 가능하다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더 타임스는 미 정보 당국이 야만타우 산의 벙커시설이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개량·확장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 11일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을 만나고 모스크바 군 병원을 방문해 부상병에게 훈장을 수여한 일정을 마지막으로 보름간 공개 행보가 없었다. 서방 언론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쇼이구 장관이 실각했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26일에야 러시아 국방부는 소셜미디어에 쇼이구 장관이 이날 군 회의를 주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이후 29일 화상회의에 등장해 자국 특별군사작전의 주요 목표인 돈바스 지역 해방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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