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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만 해도 피곤"…전 세계로 퍼지는 '롱코비드' 신드롬[글로벌체크]

[김연하의 글로벌체크]

英 통계청 "롱코비드 71%, 감염 12주 후에도 증상有"

피로하고 기억력도 저하돼…"감염 전과 달리 정상이라 못 느껴"

회복 후 증상 악화 등 발생 때는 병원 방문해야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코로나19 방역조치 차원에서 설치된 차단벽 인근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만 2년을 넘어선 가운데, 해외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이들이 보이는 '코로나19 후유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명 'PASC(Post-Acute Sequelae of SARS-CoV-2 infection)'이나 '장기 코로나(long covid·롱코비드)', '포스트 코로나 신드롬' 등으로 불리는데요. 증상은 물론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 등이 너무도 다양한데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롱코비드를 보이는 환자들에게서 무려 200개 이상의 증상이 관찰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롱코비드 정의부터 난항…4주부터 12주까지 제각각

일단 '롱코비드'에 대한 정의는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합니다. 일각에서는 4주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간주하는 반면, 증상이 최소 12주는 지속돼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관도 코로나 후유증의 정의를 통일하지 못한 상태인데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감염 시점으로부터 4주 후에 보이는 증상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롱코비드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통계도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우선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약 150만명이 4주 넘게 롱코비드 증상을 겪고 있는데요, 이 중 71%는 최소 12주 전, 45%는 최소 1년 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합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코로나19 활동 재활 프로그램의 의료책임자인 그렉 배니치카숀은 "아직 합의된 이름조차 없는 상태로, 우리는 화학적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피로부터 기억력 저하·브레인포그까지…증상도 다양

그렇다면 롱코비드를 겪는 이들은 어떤 증상을 보일까요?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극심한 피로'가 꼽힙니다. WP는 환자들이 강아지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일을 한 후 몇 시간에서 며칠 동안 피곤함을 느낀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습니다. WYTV도 롱코비드 환자의 경우 쓰레기를 갖다 버리거나 강아지를 산책시키면 3시간동안의 낮잠을 필요로 했다고 전했는데요.

'기억력 저하'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반응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36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노화 신경과학의 프론티어' 온라인판에 게재했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들 사이에서는 기억력 저하와 관련된 일관된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들이 언어 기억력과 관련된 과제를 수행할 때 반응시간이 늘어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다음으로는 '브레인포그'가 꼽힙니다. 브레인포그란 마치 뇌에 안개가 낀 것처럼 주의력과 집중력 등에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 밖에도 숨이 차거나 기침이 멈추지 않는 호흡곤란에서부터 폐·심장·위장질환과 흉통, 심장 두근거림, 불면증, 어지러움, 우울증, 이명, 메스꺼움, 식욕부진, 후각이나 미각의 변화, 발진, 시력변화 등도 롱코비드의 증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보스턴 소재의 브리검 여성병원의 부르스 레비 과장은 "급성으로 감염된 사람들 대다수는 감염 전에는 완전히 '정상'이라고 느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일 홍콩에서 코로나19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임시로 마련된 침상에 누워있다. AP연합뉴스


■연구진 “감염자 40% 이상 1년 뒤에도 롱코비드 증상”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 중 롱코비드를 겪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이에 대해 정확하게밝혀진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WP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 중 몇 펴센트가 장기 후유증을 보이는지 정확히 밝히기 어려운데 이 질환이 여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라며 "기존 조사 수치와 전문가들의 추정치에 따르면 한자릿수에서부터 30, 40 또는 50% 이상에 이르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홍콩 폴리테크닉대가 참가자 1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의 40% 이상이 감염 후 1년 뒤에도 여전히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어마어마한 만큼 장기 후유증을 겪는 비율이 적더라도 사실상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레비 과장은 "미국에서는 약 80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며 "만약 1%라면 80만명이 영향을 받게 되는 건데, 솔직히 이는 과소평가한 수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기 후유증을 겪는 비율이 1%에 그친다 하더라도 파장이 클 텐데, 실제로는 이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코로나 감염 당시 증상 경미하면 후유증 절대 없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당시 심각한 증상을 보였던 이들만 롱코비드를 겪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을 부정합니다. 영국 국립보건원(NHS)는 "장기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은 처음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얼마나 아팠는지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며 "처음에 경미한 증상을 보였던 이들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BBC는 "우리는 롱코비드의 원인을 모른다"면서도 "감염으로 면역체계가 과열되면서 스스로의 장기를 공격하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립니다. NHS와 달리 싱가포르 국립감염병센터(NCID)의 임상연구네트워크 책임자인 바너비 영 박사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롱코비드의 주된 원인은 심각한 코로나19라며,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7일 파키스탄에서 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EAP연합뉴스


■롱코비드 대부분 경미하지만…지속될 경우 병원 찾아야

NCID의 영 박사는 "롱코비드의 증상 대부분은 그리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증상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다만 일상적인 활동을 방해하거나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료진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싱가포르 마운트 엘리자베스병원의 심장전문의인 에드거 테이 박사는 롱코비드를 겪는 이들 중에서도 다음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회복 후에 새로운 증상을 보이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롱코비드 증상으로 인해 수면에 영향을 받는 경우 등입니다. 마운트 엘레자베스 노베나 병원의 호흡기 전문의인 아드리안 챈 박사는 산소포화도 수치가 94%를 밑도는 경우에도 병원을 찾을 것을 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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