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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하루키의 또 다른 '덕질' 클래식 음반 모으기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 위스키, 맥주, 야구, 재즈 등 매우 폭넓은 취미생활을 에세이로 풀어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으레 취미는 지독한 수집벽을 동반하기 마련이라, 그가 오랫동안 모아 온 티셔츠마저 ‘무라카미T’라는 에세이의 소재가 된 바 있다.

신간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는 하루키의 또 다른 취미생활인 음악, 그 중에서도 클래식 LP판에 대한 기록이다. 하루키는 개인적으로 소장 중인 LP 1만5000여장 중 특히 클래식 음반을 재킷이 멋있거나 가격이 싸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닥치는 대로 사 모았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중구난방이고 통일성이 없어서 ‘결과적으로 모여버린’ 레코드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그가 소장한 클래식 레코드 가운데 486장을 골라 소개한다. 그 범위는 차이코프스키,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바흐 등의 교향곡과 협주곡에서 로시니와 비제의 오페라, 들리브의 무용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비첨, 오그던, 마르케비치, 오자와 등 특별히 즐겨 듣는 거장 지휘자들의 음반은 따로 모았다. 하루키는 자신이 모은 클래식 레코드판이 중구난방이라고 말하지만, 각 챕터마다 언급하는 판이 적어도 4개 이상이란 점에서 만만치 않은 수집벽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음악적 특징, 녹음 상태, 연주자들에 얽힌 이야기, 감상 당시의 느낌 등을 리뷰하는데 중점을 둔다. TV드라마 ‘배트맨’에서 모차르트 현악사중주를 접했다거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번이 수록된 바크하우스 음반을 중고상점에서 50엔(약 5,000원)에 샀던 것 같은 에피소드들도 등장해 읽는 재미를 준다. 하루키가 전작들에서 언급했던 곡들이 등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로시니의 오페라 ‘도둑까치’ 서곡은 소설 ‘태엽 감는 새’의 첫 장을 열며,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대공’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은 각각 ‘해변의 카프카’와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한다.

하루키는 LP판에 대해 자주 손질하고 오디오 장비를 정비하는 등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 그만한 반응을 보여준다’며 인간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재킷 디자인에 신경 쓰는 자신이 “물건의 형태에 너무 집착하는지도 모른다”고 하면서도 “별수 없다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생이란 거의 의미 없는 편향의 집착에 지나지 않으니까”라고도 말한다. 의미 없는 편향의 집착으로도 책을 써서 사랑 받을 수 있는 건 작가가 하루키이기 때문일 것이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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