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모비우스'에는 우리가 알던 슈퍼 히어로가 없다. 슈퍼 히어로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녔지만, 거대한 갈망 안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고독한 인간이 존재할 뿐이다. 안티 히어로를 통해 갈망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모비우스'(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는 희귀 혈액병을 앓고 있는 생화학자 모비우스(자레드 레토)가 흡혈박쥐를 연구하던 중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모비우스는 치료제를 통해 새 생명과 강력한 힘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흡혈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모비우스와 같은 병을 앓고 있던 오랜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도 그와 같은 힘을 얻게 되고,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3단계에 걸쳐 펼쳐지는 안티 히어로의 탄생 과정은 영웅 서사 구조와 비슷한 듯 다르다. 극 초반 모비우스는 자신의 천재성을 바탕으로 대체 혈액을 개발하는 도의적인 인물이다. 그가 만든 대체 혈액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얻고, 그는 코앞에 다가온 죽음 앞에서도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는 핏기 없는 얼굴, 지팡이 없이는 못 걷는 다리, 축 처진 어깨로 실험에 몰두하며 결국 실험을 성공시킨다. 치료제를 주입한 모비우스는 괴물로 변신한다. 오직 피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찬 그는 눈앞에 보이는 사람의 피를 닥치는 대로 빨아들인다. 정신을 차린 뒤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고,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전통적인 히어로가 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을 이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다르게, 개인적인 윤리 때문에 갈등을 겪는 모습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갈망은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다. 생명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와 식욕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다. 어릴 때부터 희귀병을 앓아 세상과 단절된 모비우스와 마일로는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이 돼 세상에 나아가길 원한다. 치료제를 맞고 괴물로 변했을 때는, 주체할 수 없는 식욕 앞에서 인간의 피를 갈망한다. 모비우스는 이를 조절할 능력과 의지를 터득하고, 마일로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일로의 강력한 욕구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게 만들고, 결국 무차별한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
안티 히어로물답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따뜻한 분위기는 극 초반 어린 모비우스와 마일로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전부다. 이후 작품은 내내 회색 빌딩 숲, 거대한 선박, 연구소, 교도소, 지하철 등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내적 갈등을 펼치는 모비우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선과 악의 경계, 회색 지대에 서 있는 모비우스의 모습과 닮아 있다. 모비우스와 마일로가 인간을 사냥하는 장면은 어두운 분위기를 넘어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사냥을 당하는 사람의 시점으로 연출한 부분은 두려움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돼 공포 영화를 방불케 한다.
화려한 CG와 연출은 작품의 보는 맛을 더한다. 모비우스와 마일로가 괴물로 변하는 과정은 실감 나는 CG로 만들어지고, 액션은 슬로우 모션과 속도감이 적절히 결합돼 몰입도를 높인다. 모비우스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또 그가 수많은 박쥐 떼를 거느리며 '박쥐의 왕'으로 거듭나는 장면은 장관이다. 타격감 넘치는 액션은 통쾌함을 전달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은 인물의 감정선은 아쉽다. 동병상련으로 오랜 세월 함께한 모비우스와 마일로의 우정은 견고하게 그려져 후반부에 갈수록 마일로가 모비우스를 죽이기 위해 집착하는 감정선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비우스와 마틴(아드리아 아르호나)의 로맨스도 갑자기 튀어나온다. 로맨틱한 기류 없이 동료로만 호흡을 맞추다가 갑자기 키스를 나누는 모습은 "왜?"라는 의문만 남긴다.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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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모비우스(Morbius)
장르 : 액션
감독 : 다니엘 에스피노사
출연 : 자레드 레토, 아드리아 아르호나, 맷 스미스
제작 : 콜럼비아 픽처스
배급 : 소니 픽처스
관람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04분
개봉 : 2022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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