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세상에 전달하는 데 목소리만이 가진 매력이 있지요. 목소리 댓글로 소통할 수 있는 음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에도 통할 것입니다.”
오디오 미디어 스타트업 에피라이브의 김승기(41·사진) 대표는 3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0초 내외 음성 메시지를 만들고 공유·공감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에피라이브가 지난해 말 내놓은 SNS ‘에피’는 일종의 음성 게시판이다. 이용자가 평균 15~25초 정도 짧게 일상이나 감상·의견 등을 목소리로 표현하고 댓글도 음성으로 다는 방식이다.
주제는 제한이 없다. 서비스 초기인 현재 애니메이션·게임·음악 등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다. 김 대표는 “음성 채팅이나 팟캐스트 등 기존 음성 SNS는 정보 제공, 강연 등 긴 콘텐츠가 대부분인 반면 에피는 짧은 메시지에 특화돼 있다”며 “개인 창작자(크리에이터)가 연이어 댓글로 추가 콘텐츠를 만들면 팟캐스트처럼 연속 재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2개월여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는 5만 건을 넘었다. 99%가 해외 이용자다. 필리핀·인도네시아·네덜란드 등 20여 개국에서 사용하는데 18~30세 연령층이 60%에 달한다. 그는 “우리와 달리 스마트폰에 대고 말하면 문자로 변환·입력하는 시스템에 익숙한 동남아시아나 중동 시장에서 에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과자를 먹듯 가볍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스낵 컬처’ 트렌드와 통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에피는 목소리를 텍스트로 전환하는 기술도 적용돼 각국 언어로 남기는 음성을 단문으로 변환한다. 시각적 콘텐츠 소비도 가능한 셈이다. 그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영상·이미지 SNS에 식상하거나 익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이용자에게 초점을 맞췄다”며 “특정 주제를 묶어주는 기능도 연내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시 후 쌓인 음성 메시지는 총 500시간 정도다. 김 대표는 메시지의 음절 분리나 불필요한 감탄사 등을 자동 편집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음성을 텍스트로 정교하게 전환해 데이터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충분한 음성 데이터가 모이면 그 자체가 기업가치가 될 것”이라며 “이를 이용해 인공지능(AI) 스피커, 전기차 등에 적용되는 새로운 미디어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익대에서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웹 기술 스타트업 리모트몬스터를 공동 창업 후 매각한 경험이 있는 미디어 서비스 분야 엔지니어다. 이미 스푼라디오 등 음성 SNS 서비스가 등장한 시장에서 트위터처럼 짧은 콘텐츠를 다루지만 이를 음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 아직 없다는 것에 착안한 그는 두 번째 창업으로 2020년 에피라이브를 세웠다. 에피라이브는 지난해 초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인 프로덕트헌트의 ‘오늘의 제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영상 플랫폼은 이미 성숙돼 혁신이 어려운 시장”이라며 “짧은 것부터 긴 것까지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고 감정 전달에도 효과적인 음성 SNS 시장의 성장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올해 다운로드 30만 건을 목표로 잡았다. 베트남·인도 등 새로운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이용자와 앱 재방문율을 높이는 게 우선 과제”라며 “음성을 잘 다루는 대표 미디어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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