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출연진 중 5번째 수상자로 ‘오스카 클럽’에 조인했어요”
영화 ‘타미 페이의 눈’으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제시카 차스테인은 지난 27일 오스카 프레스룸에서 받은 질문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정말 ‘테이트 테일러의 성서’가 통했다. ‘헬프’(2011) 출연 당시 우리 모두(옥타비아 스펜서,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앨리슨 재니) 신인이었다. 테일러 감독은 캐스팅 마법을 지닌 것 같다”고 기쁨을 표했다.
차스테인은 인종차별을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 ‘헬프’로 2012년 오스카 후보에 지명됐지만 함께 출연한 옥타비아 스펜서가 조연상을 차지했다. 이후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로 주연상을, 비올라 데이비스가 ‘펜스’로 조연상을 받았고, 앨리슨 재니 역시 ‘아이, 토냐’로 조연상을 차지하며 수상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그렇게 ‘헬프’ 영화팬들은 공공연히 ‘오스카 클럽’을 운운했고 제시카 차스테인의 합류를 기다렸다.
차스테인은 “돌이켜보면 2011년은 내 연기 인생의 돌파구가 된 해였다. 출연작 7편이 동시 개봉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영화 ‘헬프’로 처음 오스카 후보에 지명되었다. 그리고 올해 수상자로 호명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녀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타미 페이의 눈’은 1970~80년대를 풍미한 복음전도사 타미 페이·짐 바커 부부의 흥망성쇠와 구원을 그린 작품이다. 타미 페이와 얼굴, 몸짓, 목소리, 억양 하나 닮지 않았던 차스테인은 특수분장을 통해 실존 인물로 변신해야 했다. 또 ‘베티 붑’(만화 주인공)을 보며 한 옥타브 목소리를 높여 복음성가를 불렀다.
그녀는 “지워지지 않는 입술선과 진한 눈썹은 타미 페이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당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순복음교회에서는 여성들이 화장을 하면 안되었다. 그녀는 과장된 외모로 파격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타미 페이의 일대기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는 차스테인은 “타미 페이가 눈을 감고 기도할 때마다 머릿속으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스스로에게 물었고 ‘영혼’이라는 답을 구했다”며 늘 소리치듯 노래 부르고 웃음을 좋아했지만 그녀의 웃음에는 긴장과 외로움을 숨기기 위한 울음이 묻어나왔다고 해석했다.
“타미 페이처럼 경계가 없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어렵다”고 밝힌 그녀는 “난 무조건적인 사랑을 믿는다. 모두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사랑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절대적 믿음에 깊이 공감했기에 그가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란 걸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남편 짐 바커 목사와 함께 설립한 복음 방송 프로그램 ‘PTL( Praise the Lord or People That Love) 클럽’으로 주목을 받은 타미 페이는 전설의 TV 번영 복음 전파자다. PTL 클럽은 창립 1년 만에 자체 방송을 내보내는 기업으로 성장해 연간 1억2,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 보수적 기독교 환경에서 동성애와 에이즈를 언급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앞장서서 소수자 커뮤니티(LGBTQ)를 지지했다. 그러나 재정 파탄과 음모, 충격적인 스캔들로 몰락의 길을 걸었고 2007년 대장암으로 65세의 일기를 마감했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한 영화 ‘타미 페이의 눈’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부국장, 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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