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을 잡기 위해 향후 6개월 간 매일 100만 배럴씩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땅을 빌리고도 유전을 놀리는 석유 기업들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전쟁을 선택하며 시장에 공급되는 기름이 줄었다. 그가 기름값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같은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단기적인 유가 안정을 향후 6개월 간 사상 최대규모인 1일당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할 예정다. 6개월 동안 방출되는 규모가 1억8000만 배럴에 달한다. 방출되는 비축유는 미국 에너지 회사들이 원유 생산을 늘릴 때까지 시장을 안정시키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백악관 측은 설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한 이후 현재 미국 갤런당 유가는 거의 1달러 가까이 올랐다”면서 “대통령은 처음부터 푸틴과의 싸움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는 했으나, 미국 가정을 돕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축유 방출과 더불어 미국 내 원유 시추를 늘리기 위해 석유 시추용 공공부지를 임대했지만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땅에는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많은 기업이 할 일을 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이윤을 올리는 일을 선택하고 있다"며 "현재 석유와 가스업계는 1,200만 에이커의 연방 부지를 깔고 앉아 생산은 하지 않고 있다. 생산 허가를 받고도 시작도 하지 않은 유전만 9000 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한 땅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은 높은 과태료를 마주할 일이 없지만, 생산은 하지 않고 땅만 깔고 앉은 업체들은 생산을 할지 과태료를 내야 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유가 안정을 위해 동맹국에서 3,000만에서 5,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 방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름값과의 전면전에 나선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인플레이션이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연말 미국 원유 생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비축유 방출 만으로 유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이날 미국의 대폭 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는 5월 하루 43만 배럴 증산에 합의, 기존 40만 배럴에서 증산 규모를 찔끔 늘리는 데 그쳤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날 당국의 발표와 관련, "확신을 갖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푸틴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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