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외동포청 설립을 검토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재외동포청 신설을 공약했다. 이는 재외동포들과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대통령 직속 재외국민위원회의 상설 운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3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는 최근 외교부 산하기관인 재외동포재단에 재외동포청 신설과 관련한 입장과 그간 논의 쟁점들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외교부도 재외동포청을 설치한 외국 정부 사례 등을 정리해 외교안보 분과에 보고했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분과가 재외동포재단과 여러 가지로 소통하고 있다"며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 아이템으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정부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재외동포청 설립을 약속했다. 지난 2020년 기준 재외동포 수가 약 732만 명으로 늘었는데 관련 업무가 외교부(재외동포 지원)와 법무부(출입국 관리 및 법적 지위), 교육부(재외국민 교육), 행정안전부(국내 체류 지원) 등에 나뉘어 있어 문제라는 점에서다. 기존의 재외동포재단은 흡수통합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재외동포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법안을 그간 여러 번 발의했다. 지난 1997년 재외동포재단이 생긴 이후 무려 아홉 차례다. 그러나 매번 여야 간 입장차로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없었다.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장을 다시 맡은 김석기 의원도 지난 2020년 8월 재외동포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지난해 9월 '재외동포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각각 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돼 있다.
인수위가 관련 검토에 착수하며 재외동포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재외동포재단 관계자는 "재외동포청 신설은 오래된 얘기"라면서 "이번에는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질지는 조금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재외동포청 신설에 대한 부처 입장을 묻는 말에 “공약을 어떻게 이행하면 좋겠는 지에 대한 의견은 인수위에 다 보고 드렸다”, “공약을 그대로 밀고 나갈지 수정할지 등은 인수위 판단”이라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5회 재외동포 정책 포럼'에서 재외동포청 신설을 위해 인수위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당시 포럼에서 역대 대선 후보들이 재외동포청 설립을 공약했지만 끝내 실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인수위 논의 단계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라며 "인수위원들의 관심 부족과 외교부의 반대가 맞물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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