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67)가 실어증으로 은퇴를 선언하자 그의 연기력을 조롱하며 주어졌던 골든 라즈베리의 '최악 연기상'이 철회됐다.
31일(현지시간) 골든 라즈베리 재단은 윌리스가 실어증 진단을 받고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그를 최악 연기상 수상자로 선정했던 것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1980년에 만들어진 골든 라즈베리상은 한 해 최악의 영화와 좋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하루 전날 수상작과 배우를 공개한다.
올해 열린 '제42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무려 8편에서 형편없는 연기를 펼쳤다며 최악 연기 부문 특별상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윌리스는 ‘아메리칸 시즈’, ‘에이펙스’, ‘아웃 오브 데스’ 등 3편에서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평론가 점수 0점 굴욕을 맛봤고, 그 외 저예산 영화들에서도 전직 경찰과 군 장성, 미국 중앙정보국(CIA) 첩보원 등의 역할을 맡아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재단은 그가 건강 문제로 실어증에 걸리고 인지 능력 저하가 연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뒤늦게 드러나자 불명예상을 철회했다. 골든 라즈베리상 측은 성명을 내고 “누군가의 건강 상태가 그 사람의 의사 결정과 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면 상을 수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브루스 윌리스의 딸 루머 윌리스는 지난 30일 인스타그램에 "아버지가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최근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실어증 진단을 받았다"면서 "많은 부분을 고려해 브루스의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스 가족은 성명을 통해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힘든 시기로, 브루스가 여러분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에 소식을 전한다. 브루스가 항상 '인생을 즐기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그것을 함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성명에는 윌리스 아내 에마 헤밍 윌리스, 전 부인 데미 무어, 그의 다섯 자녀가 서명했다.
윌리스는 지난 4년 동안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저예산 B급 영화 등 22편의 작품을 소화했다. 최근 윌리스와 영화 작업을 했던 감독들은 그가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사를 소화하는데 문제를 보였다고 전했다.
마이크 번스 감독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윌리스 대사 분량을 줄여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는데 직접 그와 일하면서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저예산 영화 '화이트 엘리펀트'의 제시 존슨 감독은 "내가 기억하던 윌리스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윌리스는 이 영화를 찍던 도중 왜 자신이 촬영장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 소식을 전하며 실어증은 일반적으로 뇌졸중이나 머리 부상 때문에 생기지만, 느리게 자라는 뇌종양이나 퇴행성 질환 등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브루스 윌리스는 한국에서 1988년 처음 개봉한 영화 '다이 하드'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아마겟돈' '식스 센스' 등 다수의 대표작을 지닌 그는 골든글로브상, 에미상 등을 받았고 2006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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