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의 노조 갑질과 불법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1월 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는 기존에 일하던 다른 노조 소속 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자기 노조 소속 근로자들을 채용하라는 A노조의 요구가 이어졌다.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전국의 모든 현장을 마비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규모가 작은 일부 노조들은 공사장을 훼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백만~수천만 원의 ‘노조발전기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뿐 아니라 민주연합·전국연대·한국건설산업·전국연합 등 군소 노조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대응하기가 훨씬 힘들어졌다는 게 건설 현장의 목소리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최근 1년 새 총 31개의 노조가 현장사무소를 찾아와 자기 노조원 채용 또는 노조발전기금 등을 요구했다. 일부는 공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국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이런 집회·시위는 2016년 2598건에서 2021년 1만 3041건으로 5배가량 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를 꾸려 단속에 나섰으나 형식에 그쳤다. 100일 단속 결과 143명이 불법행위로 기소됐지만 이 가운데 구속으로 이어진 것은 2명뿐이었다. 단속이 시늉에 그친 데다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이니 노조의 갑질이 줄어들 리 없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총리 주재 회의를 연 뒤 채용 강요 등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친(親)노조 편향 정책을 펴면서 노조의 무법 행태를 수수방관해온 문재인 정부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건설 현장의 ‘무법천지’를 막으려면 윤석열 정부가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강성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약속했다. 건설 산업 경쟁력 확보와 건전한 노동자의 권익 보호, 국민 안전을 위해서도 새 정부의 우선 과제로 건설 현장의 질서 회복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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