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TV+가 지난 3월 25일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Pachinko’를 공개했습니다. ‘파친코’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로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인데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파친코’는 공개된 이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신선도 지수(매체 평론가들의 평가)는 100%, 팝콘 지수(관객들의 평가)는 92%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애플 TV+는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작년 11월 4일 출시된 이후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양보다는 질을 앞세운 콘텐츠를 내놓는다고 했지만 맥북부터 아이패드, 아이폰 등 애플에 지갑 여는 것을 아끼지 않는 구매자들도 차마 애플 TV+를 구독하진 않았죠. 애플의 명성과는 달리 애플 TV+는 애플 기기를 사면 이용권을 제공하는 공짜 서비스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랜돌프는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애플 TV+가 단 1분기라도 프로모션에 쓰고 있는 만큼 콘텐츠에 신경을 썼다면 넷플릭스와 경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죠. 이렇게 애플TV+가 시들해지나 싶던 찰나에 1000억이나 투자한 ‘파친코’를 내놓은 겁니다. 애플은 왜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이미 레드오션인 OTT 사업에 투자하려는 걸까요? 그리고 OTT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애플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드웨어 외의 수익을 창출하고 애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죠. 작년 11월에 애플은 애플 TV+를 볼 수 있는 전용 셋톱박스 애플 TV 4K를 함께 발표했는데요. 애플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애플 TV+를 처음 공개했던 2019년 애플 이벤트에서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 이 세 가지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OTT 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 아니야?’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모두가 OTT 서비스를 한 두 개씩은 구독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여전히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미디어 업계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구글은 유튜브,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AT&T는 훌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리서치 회사 닐슨의 조사 결과, 미국 내 전체 TV 시청 시간에서 OTT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27%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케이블 등의 방송을 통해 TV를 보는 비율이 많기 때문에 OTT의 수익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 TV+는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요? 현재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 수는 약 2억 2200만 명, 애플은 약 2500만 명으로 구독자 수가 8배나 차이 납니다. 그러나 애플이 이번처럼 마음을 먹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시총 3조 달러, 넷플릭스는 시총 2800억 달러로 회사 규모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요. 애플의 막대한 자산을 사용한다면 ‘파친코’처럼 엄청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죠. 심지어 애플은 영화 ‘코다’를 통해서 넷플릭스가 이루지 못했던 업적인 OTT 사상 첫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의 영광을 얻기도 했거든요.
과연 애플은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경쟁자가 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어떤 콘텐츠들이 나와서 우리들을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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