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동기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년여만에 제주에서 재회한다.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독자 예산권 편성 등 윤 당선인의 주요 사법개혁 공약을 두고 박 장관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혀 양측 간에 불편한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어떤 대화가 오고갈 지 주목된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다. 이날 윤 당선인도 추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라 두 사람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2월 5일 이후 1년 2개월 만에 만남을 갖게 된다.
박 장관과 윤 당선인의 마지막 회동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패싱' 의혹이 일었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단행 직전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만남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각을 세우는 박 장관의 행보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박 장관은 그 동안 수 차례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주요 공약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법무부 업무보고를 당일 취소하고 일정을 한 차례 유예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 당선인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 정부에서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인데 5년간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며 박 장관을 정면 비판했다.
최근 박 장관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 복원을 검토했다가 내부 반발 등으로 중단한 점도 윤 당선인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윤 당선인도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7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에게 최측근인 한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주문했다. 검찰 안팎에선 박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한 것도 자신의 임기를 마치기 전에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검사장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지 못하도록 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그 동안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 차례 지휘부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휘부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다는 등 이유로 사건 처리를 미뤄오고 있어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장관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 사이이자 세살 위인 윤 당선인에게 "윤석열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근한 관계를 내세운 적도 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각종 의혹 수사를 기점으로 관계가 틀어지면서 줄곧 윤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앞서 박 장관은 대선 직후인 지난달 11일에는 윤 당선인에 대해 "왜 소회가 없겠나.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데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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