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고운 청첩장이 수줍게 책상 위에 놓여 있다. 회사 게시판 ‘왁자지껄’에는 선남선녀의 멋진 웨딩 사진들이 올라온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사랑스럽다. 얼떨결에 두 번의 결혼식 주례를 섰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점장 시절, 전 지점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휴가를 내고 찾아와 주례를 부탁했을 때 뭘 잘못 들었나 싶어서 몇 번을 다시 물었다. 주례를 하기에는 젊기도 하고 여성 주례는 흔하지 않아서 초대받은 하객들의 반응도 부담스럽다. 그러니 못한다고 거절했다. 예비부부는 평소 적극적으로 멘토를 찾으라고 했던 지점장의 말처럼 맞벌이 관련 멘토를 찾으러 왔으니 가능성을 두고 고민해달라고 했다. 평소 적극적으로 멘토를 찾으라는 말을 자주했던 터라 거절할 말이 떠오르지 않고 웃음만 나왔다. 결국에는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오라고 했는데 오히려 맞벌이를 하게 될 신랑·신부에게 좋은 멘토가 돼주실 것 같다며 꼭 해주기를 부탁했다. 주례보다는 멘토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우선 결혼식 전에 ‘부모 교육’을 받고 ‘결혼 워크숍’을 하라고 했다. 혼수 용품을 구입할 때 꼼꼼하게 챙기는 것만큼 남편·아내의 역할,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정리하도록 했다. 첫 번째 주례는 성혼 선언문을 낭독하고 결혼 워크숍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무사히 마무리됐다. 다시는 안 한다고 다짐했는데 두 번째 주례도 하고 말았다. 세 번째 주례도 대기 중인데 주례 없는 결혼식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멘토를 찾아와준 덕분에 나 또한 결혼 생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정성을 더하게 됐으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신임 지점장이 되던 해 멘토제도가 유행이었다. 경험이 많은 선배 지점장이 멘토로 연결됐는데 점심 한 번 사주고 끝이었다. 지점 간에 거리도 멀었고 눈치도 보여서 e메일로 궁금한 사항을 정리해서 보냈는데 도움이 될 만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멘토를 해줄 수 있는 분들을 스스로 선발해서 질문지를 보내고 답변을 받았다. 그중 몇 분은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지점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업그레이드해나갔다. 멘토를 적극적으로 찾는 습관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멘토는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오랜 기간에 걸쳐 조언과 도움을 베풀어주는 유경험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나 역시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후배·선배·고객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멘토로 삼았다. 처음 기업금융센터장을 하게 됐을 때도, 처음 디지털 관련 본부장을 맡게 됐을 때도 그 분야 경험이 많은 선후배들과 고객들이 최고의 멘토였다. 신한 DS 대표가 돼서도 이러한 멘토 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멘토를 찾고 인사이트를 얻는 훈련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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