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방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 가스를 구매하기 위해 러시아 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현지 시간) 소식 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석유화공(시노펙)과 석유천연가스공사(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국영 에너지사들은 러시아산 가스 현물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위해 러시아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스가 현물 거래로 이뤄지는 만큼 계약 가격은 대폭 할인됐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산 천연가스(LNG)는 현물시장에서 최소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측은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의 거래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 업체 끼리 가스를 주고 받는 것처럼 계약 사실을 위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앞서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에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에너지사는 미국과의 관계를 우려해 러시아산 원유·가스의 수입을 꺼리고 있으며, 러시아로서는 준비해놓은 수출 물량의 판로가 사실상 매우 좁아진 셈이다.
즉 중국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러시아 수출 물량을 싼 가격에 대량으로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러시아산 가스 구매는 서방 제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특히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받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간 통화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물적으로 지원할 경우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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