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64) 홍콩 행정장관이 4일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진압해 승진한 경찰 출신 존 리(64·사진) 정무부총리가 차기 홍콩 행정장관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람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행정장관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이날 홍콩 정부 2인자인 리 부총리가 조만간 출마 의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직 유력 주자 중 누구도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리 부총리의 출마설이 일제히 흘러나오자 중국 정부가 그를 차기 행정장관으로 최종 낙점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5월 8일 실시되는 행정장관 선거의 출마 지원자 신청은 3∼16일 진행된다.
리 부총리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경찰 및 보안 분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정무부총리에 올랐다. 1977년 경찰에 입문한 그는 2017년 보안장관에 임명돼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그를 정무부총리로 임명했다. 정무부총리는 안보뿐만 아니라 교육·복지·식품건강·주거교통 등 광범위한 분야를 관장하는 홍콩 정부 2인자로 그간 주로 행정 전문 관리가 임명됐다.
이에 리 부총리의 임명을 두고 중국 정부가 홍콩의 국가 안보와 안정을 핵심으로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SCMP는 “리 부총리가 행정장관으로 선택될 경우 홍콩은 경찰국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많은 이들이 홍콩을 떠날 것이라는 말이 홍콩 정가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람 장관은 “아직 행정부 중 누구도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정장관 선거는 지난해 5월 중국 정부가 홍콩의 선거제를 ‘애국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한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행정장관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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