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후 11년 만에 나온 피해 구제 조정안이 분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조정안에 따라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옥시레킷벤키저·애경산업 두 기업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조정에 참여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 9개 기업은 지난 4일 조정위 측에 최종 조정안 동의 여부를 전달했다. 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7개 업체는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 두 곳은 조정안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조정위가 약 6개월간 양측의 의사를 듣고 내놓은 이번 조정안에는 피해자 유족에 2억∼4억 원, 최중증(초고도) 피해자들에 연령에 따라 최대 5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9개 기업이 이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최대 9240억 원 수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판매율이 가장 높은 옥시는 절반 이상을, 애경도 수백억원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옥시 등은 이미 이번 사태로 수천억원을 피해자들에게 기지급한 만큼 이 이상의 비용은 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단체들도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의견이 분분하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업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면 찬성한다고 해도 보상금을 받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조정위는 조정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정리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피해자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옥시와 애경을 규탄하고 조정위의 추가 조정 노력 및 정부의 참여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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