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무총리 직속 신흥안보위원회(ESC) 신설을 검토 중인 가운데 타 부처와의 업무 중복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ESC 신설을 공약하고 일명 ‘신흥안보’에 대응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청와대와 외교부 등 기타 부처에서도 신흥안보와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어 인수위가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는 현재 윤 당선인의 ESC 신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타 부처와 업무가 겹친다는 점에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총리실은 ESC를 총리 직속 위원회로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정무사법행정분과에 업무 보고를 하면서 ‘ESC 신설이 필요하고 ESC를 만들어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ESC가 만들어지면 기존의 총리 직속 위원회들처럼 각 부처 장관이 위원을 맡아 부처별 의견을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ESC가 다룰 신흥안보 분야의 범위가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부터 기후변화·사이버공격·신흥기술까지 다양하다. 총리실뿐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보보장회의(NSC)와 외교부 국제기구국 등이 모두 걸려 있다. 인수위 안에서도 ESC 신설 관련 논의에 정무사법행정분과와 정부 조직 개편을 총괄하는 기획조정분과 외에도 외교안보분과까지 참여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수위가 ESC를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의 대통령실 산하위원회를 통해 대통령이 신흥안보를 포괄한 경제안보를 챙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인수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해당 방안도 선택지 중 하나로 논의된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경우 신흥안보에 대응하는 별도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부처 내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신흥안보는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지는 이슈들”이라며 “통상 등 경제안보는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지는 분야는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신흥안보와 경제안보를 하나의 조직이 다루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산하위원회가 신흥안보 대응까지 담당하면 윤 당선인이 추구하는 ‘슬림한 청와대’ 구상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도 ‘ESC 소속이 정해졌느냐’는 서울경제 질문에 “아직 논의가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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