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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수류탄 끼우고 30시간”…모의처형 즐긴 러軍

"머리 옆으로 총 쏘기도…공포 그자체"

우크라軍 수복한 체르니히우 주민 증언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내 노바 바산 마을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한 소녀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까지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의 주민들이 당시 감금과 구타, 통행금지 등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심문 중 '모의처형'을 당하는 등 극심한 공포를 겪어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체르니히우의 한 마을 노바 바산에서 만난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바 바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마을로, 지난달 31일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 마을 관리자인 미콜라 다쳰코씨는 러시아군 점령 시절을 "끔찍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던 20명의 남성 중 한명인 그는 창백한 얼굴에 지친 표정이었다. 다쳰코 씨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이 지역에 보관된 탄약에 관해 물으면서 15차례나 자신을 처형하는 듯 흉내 냈다고 설명했다. 다쳰코를 심문하던 병사는 그의 머리 위로 소총을 쐈다. 테이프가 감겨 있어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고 다쳰코는 전했다.

다른 두 남성도 러시아군에 억류됐던 순간을 전했다. 러시아군은 소총 개머리판이나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고 했다. 한 남성은 팔이 묶였다고 했고, 올렉시 브리즈갈린(38) 씨는 30시간 동안 다리 사이에 수류탄을 낀 채 의자에 묶여있었다고 말했다.

브리즈갈린씨 역시 심문 중 그의 머리 옆으로 총이 발사됐다고 말했다. 또 수감자들이 여기저기 옮겨지며 축사와 지하실에 수감됐다고 했다. 하루에 먹은 것은 감자 2알이 전부, 화장실은 하루에 한 번만 갈 수 있었다. 그는 비좁은 환경에서 지냈던 탓에 여전히 다리에 통증이 남아 아직도 잠을 자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철수를 준비하던 지난달 30일에야 임시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 시절 다른 주민들의 삶 역시 공포 자체였다는 반응이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집을 뒤지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압수했으며, 집 안에만 머무르도록 했다고 전했다. 통신도, 수도도, 전기도 끊긴 집에서 상점도 갈 수 없게 되자 주민들은 배고픔과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니히프 지역 노바바산 마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 장병들이 막힌 러시아 탱크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NYT가 마을을 찾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은 주민들에게 식량 등 지원 물자를 나눠주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으로, 주민들은 이제 막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리아 루덴코(82)씨는 긴장된 얼굴로 거리를 먼저 한 번 둘러본 뒤 식량 보급 차량에 다가갔다. 루덴코씨는 "집에 앉아 떨고 있었다"며 "총격이 너무 무서워서 밖에 돌아다니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루덴코 씨는 "촛불도 없이 3일 밤을 앉아있었다"며 "모두 피란 갔지만 나는 남겨졌고, 감자와 오이만 조금 먹었다"고 덧붙였다.

마을 남쪽에서 만난 올하 브도비쳰코(70) 씨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식량을 받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브도비쳰코씨는 "매일이 힘들었지만 가장 힘든 날은 해방된 날(지난달 31일)이었다"며 "모두가 안에 숨어 있었고 우리는 기도하고 있었다. 포격은 아침 6시에 시작돼 저녁 7시까지 쉬지 않고 계속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우크라이나군을 만난 뒤에야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타냐라는 여성은 "떨면서 '누구세요?'라고 물었더니 '우리들'이라고 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자유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타냐는 보르쉬 두 냄비를 끓였고 우크라이나군 부대에 대접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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